[‘함바집 게이트’]브로커 유씨 측근이 밝힌 로비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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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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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받은 姜전청장 전화 한통에 일선署 → 조합장 일사천리”

검찰에 불려간 前경찰 수장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10일 오후 2시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장 재직 때에는 항상 검은색으로 머리칼을 염색했던 강 전 청장은 이날은 백발로 나타났다. 강 전 청장이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검찰에 불려간 前경찰 수장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10일 오후 2시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장 재직 때에는 항상 검은색으로 머리칼을 염색했던 강 전 청장은 이날은 백발로 나타났다. 강 전 청장이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가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전달하면서 관리에 신경을 쓴 이유는 강 전 청장이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유씨의 측근으로 ‘함바집 로비’에도 직접 나섰다는 A 씨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 전 청장의 소개를 받아 알게 된 공사 현장 관할 경찰서장, 정보과장들의 도움으로 함바집 운영권을 따냈다”고 말했다. A 씨는 “유 씨가 강 전 청장의 경찰청 집무실과 인근 커피숍 등에서 수차례 만나 돈을 건넸다”며 “강 전 청장을 만날 때는 1000만 원씩 들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 강 전 청장은 함바집 로비의 출발고리

유 씨와 30년째 알고 지내왔다는 A 씨는 2, 3년 전부터 유 씨와 함께 로비 활동에 적극 가담했다. 그는 함바집 운영권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에 핵심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유 씨가 강 전 청장에게 꾸준히 로비를 한 이유는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려면 해당 지역 경찰관들을 통해 지역 조합장들과의 친분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재개발 및 재건축 공사 현장 함바집 운영권을 얻으려면 반드시 조합장과 인맥이 닿아야 한다”며 “전문 브로커인 유 씨도 이들을 일일이 알고 지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 전 청장에게 이들과 친분이 있는 지역 경찰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유 씨가 금품을 전달하고 청탁을 하면 강 전 청장은 해당 지역 관할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 회장을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것. 이어 경찰서장이 정보과장과 담당 정보관을 불러 유 씨를 도와주도록 지시하면 얼마 안 있다가 유 씨와 조합장의 회동이 성사됐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이것이 유 씨가 서울 근교의 각종 재개발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대형 함바집 운영권을 연속해서 수주해 낸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 커피숍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나

A 씨는 평소 유 씨와 강 전 청장이 접촉해 온 방식과 시점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억해냈다. 그는 “유 씨는 누구를 만나든 상대방의 능력과 직급에 맞춰 각각 다른 두께의 돈 봉투를 준비했다”며 “강 전 청장을 만날 때는 평균 1000만 원씩 들고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유 씨는 강 전 청장이 퇴임한 지난해 8월 이전까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장실로 두 차례 직접 찾아갔다. A 씨는 “지난해 여름 유 씨와 함께 경찰청 앞에서 전화를 하자 조금 있다가 강 전 청장의 수행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검은색 세단 승용차를 몰고 청사 앞으로 나왔다”며 “유 씨가 경찰청 앞 S은행에 들어가 돈을 찾은 뒤 그 차를 타고 강 전 청장 집무실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롯해 유 씨의 로비 활동에 가담한 B 씨와 C 씨 등은 청장실 밖에서 대기했다고 했다. 유 씨는 자신과 함께 로비에 나선 일행들에게 로비 대상자의 이름과 직책은 알려줬지만 돈을 전달할 때는 철저히 비공개 상태에서 했다고 A 씨는 전했다. 이어 “유 씨와 강 전 청장이 집무실 밖에서 만난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두 사람이 주말에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부근 R빌딩 지하 커피숍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동영상=강희락 검찰 출석…“물의 일으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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