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국 심판 그라운드 이색대결
4강부턴 우수판정 7개국만 생존
대표팀 4강진출땐 무조건 떠나야
한국 축구를 대표해 카타르 아시안 컵에 출전한 것은 대표팀뿐이 아니다. 심판진도 또 다른 자랑거리다. 남아공월드컵 때 칼날 같은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정해상 부심과 김동진 주심-장준모 부심이 짝을 이뤄 2일(현지시간) 도하에 도착했다.
이번 대회는 역대 처음으로 같은 국적의 심판 3명이 한 개의 팀으로 묶여 나서는데, 총 12개 국 심판진이 뽑혔다. 아프리카 알제리 심판진이 아시아-아프리카 축구 교류 차원에서 도하에 머물고 있으니 정확히 말해 아시아권에선 11개 팀이 참가한 셈이다.
이들 3명과는 아주 우연히 마주쳤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B조 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 간의 9일 경기에 배정돼 아쉽게도 대회 개막전 휘슬은 불지 못하게 됐지만 표정은 밝았다.
철저한 검증을 거친 3총사다. AFC는 아시아 모든 국가들 심판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각 종 대회에 경기규칙, 체력, 팀워크, 어드벤티지 적용, 경고 및 퇴장 정확 적법성 여부 등 5개 항목을 세밀히 따져 가장 우수한 성과를 올린 일부만을 엄선했다.
정 부심의 경우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열린 2007년 대회에서 권종철 심판위원장과 함께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는 권 위원장까지 동석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심판 3인방의 선전을 바라면 안 될 처지다. 만약 이들이 결승전 휘슬을 잡게 된다면 한국은 그 자리에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빨리 우리가 귀국해야 한다”는 정 부심의 얘기는 농담보다 진담에 가까웠다. 다만 8강까진 호흡을 맞추길 기대한다. 12개 그룹 중 가장 우수한 7개 그룹으로 줄어든다. 물론 성적과는 별개로 대표팀이 토너먼트 상위로 올라가면 일찍 짐을 꾸려야 한다.
“우리도 컨페더레이션스 컵에 나갈 수 있도록 적당히 하고 돌아가시라”는 대한축구협회 김대업 국제국 과장의 웃음 섞인 한 마디에도 뼈가 담겨 있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할 터. 김 주심은 “재미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휘슬을 불겠다”고 했다. 장 부심은 “2014년 브라질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