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중인 많은 소방관들… 그들도 꼭 기억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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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최고영웅소방관 선정, 중앙119구조대 최종춘 소방장

7일 서울 서대문소방서에서 열린 ‘2010 소방영웅 시상식’에서 최고영웅소방관에 선정된 최종춘 소방장(앞줄 왼쪽)과 영웅소방관에 선정된 7명의 소방관(뒷줄)이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최고경영자(앞줄 오른쪽)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에쓰오일
7일 서울 서대문소방서에서 열린 ‘2010 소방영웅 시상식’에서 최고영웅소방관에 선정된 최종춘 소방장(앞줄 왼쪽)과 영웅소방관에 선정된 7명의 소방관(뒷줄)이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최고경영자(앞줄 오른쪽)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에쓰오일
“얼마 전에도 한강에서 시신을 인양하던 동료 소방관 2명이 순직했고, 이 시간에도 투병 중인 동료들이 많습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에쓰오일이 선정한 ‘올해의 최고영웅소방관’에 뽑힌 중앙119구조대 소속 최종춘 소방장(42)의 목소리가 떨렸다. 7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소방서에서 열린 ‘2010 소방영웅 시상식’에서 최고영웅소방관 상패를 받은 최 소방장은 “이렇게 상을 받아 미안하다. 온몸에 화상을 입고 피부 이식수술의 고통을 견뎌내는 동료들도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4년간 사건 사고 현장을 누볐던 최 소방장에게 올해는 유독 혹독한 해였다. 최 소방장은 올 1월 아이티 대지진 현장에 파견됐다. 16일간 인명구조와 방역작업을 하면서 몸에 밴 콘크리트 잔해 냄새와 부패된 시체 악취 때문에 몇 달을 후유증에 시달렸다.

3월에는 천안함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백령도 일대가 갯벌 지역이라 물속은 마치 깜깜한 밤처럼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고, 물살도 거셌다. 결국 함께 수색하던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고, 실종자 가족들의 결단으로 구조작업도 중단됐다. 당시 심정은 참담했다”며 “사람이 어딘가에서 위험에 처해 있는데 수색을 중단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최 소방장은 그 뒤 인천대교 버스 추락 현장에도 출동했고, 경기 가평군의 칼봉산에 고립됐던 시각장애인 등산객들을 구조하는 등 대형 재난 현장 곳곳에서 활약했다.

에쓰오일은 소방방재청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추천을 받아 최 소방장을 최고영웅소방관으로 선정해 7일 시상식에서 상패와 포상금 2000만 원을 전달했다. 영웅소방관도 7명을 선정해 상패와 포상금 1000만 원씩을 수여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도 각각 행정안전부장관 표창과 소방방재청장 표창을 받았다.

영웅소방관으로 뽑힌 주인공은 서형근 동작소방서 소방장(46), 박병인 광주남부소방서 소방장(47), 윤창호 울산중부소방서 소방교(38), 박성일 속초소방서 소방경(52), 김형종 양평소방서 소방교(51), 박성준 남원소방서 소방교(39), 한대희 논산소방서 소방장(41)이다. 모두 짧게는 8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활동하며 100명 이상의 인명을 구조한 영웅들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에쓰오일의 ‘소방영웅 지킴이’ 프로그램이 전국 3만7000명의 소방관에게 더 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 바란다”며 “정의감과 봉사정신으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에쓰오일은 소방관과 그 가족들을 격려하기 위해 2006년부터 소방영웅 지킴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순직자 유족 위로금 지원 △유자녀 학자금 지원 △부상소방관 격려금 지원 △올해의 소방영웅 시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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