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흡혈괴물 추파카브라의 정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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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뛰놀던 염소들이 목에 구멍이 뚫린 채 사체로 발견됐다. 죽은 염소의 몸 안에는 피가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누가 이런 끔찍한 방법으로 염소를 죽인 것일까?

흡혈괴물 추파카브라를 둘러싼 소문은 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농장 일대에서 염소들의 괴이한 죽음이 잇따르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추파카브라는 '염소의 피를 빨아먹는 자'라는 뜻이다. 이 괴물을 실제로 봤다는 목격자들도 속속 등장하자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커다란 눈에 몸에 털이 나 있고 목 부분에 가시가 달린 괴물. 이후 추파카브라를 봤다거나 이 괴물에게 희생당했다는 가축과 관련된 보고는 멕시코와 미국 남서부,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이어졌다. 추파카브라를 직접 촬영한 것이라는 사진까지 나왔다.

추파카브라가 미군의 유전자 복제 실험 결과로 만들어졌다거나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과학계의 시각은 다르다. 과학전문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흡혈괴물 추파카브라의 정체가 흡윤개선에 감염된 코요테에 불과하다며 진화론적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흡윤개선은 옴 진드기로 인해 생기는 포유동물의 피부병이다. 옴 진드기는 피부에 구멍을 판 뒤 알이나 노폐물을 넣는다.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데 인간의 경우 가려움이나 발진을 유발한다.

코요테 등 개과 동물의 경우엔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잡지는 이것이 진화 과정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등 다른 포유동물과 달리 개과 동물의 면역 체계는 옴 진드기에 충분히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과 동물이 흡윤개선에 감염되면 털이 빠지거나 혈관이 수축되며 피부가 쭈글쭈글하게 변한다.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흡사 흉측한 괴물처럼 보이게 된다. 또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갈수록 쇠약해진다.

잡지는 추파카브라의 정체는 괴물 같은 생김새로 변한 흡윤개선 감염 코요테이며, 이 코요테가 몸이 쇠약해져 야생의 먹잇감 대신 포획하기 쉬운 염소 등 농장의 가축을 습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추파카브라가 염소의 목 부위 등에 구멍을 뚫고 피만 빨아먹었다는 소문은 과장되거나 꾸며낸 얘기라고 본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추파카브라의 모습에 관한 목격담이나 사진을 살펴보면 흡윤개선 감염 코요테나 코요테와 개의 교잡종과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스테리는 아직 남아 있다. 추파카브라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1995년부터 200건 이상 푸에르토리코에서 나온 목격담엔 '크기가 1m 정도이며 두 발로 서서 걷고 목덜미와 등에 가시 같은 돌기가 솟아 있다'고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과 동물의 생김새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학계에선 1995년 여름 푸에르토리코에서 공포영화 '스피시즈'가 개봉된 뒤 현지인들이 영화 속 괴생명체의 모습을 토대로 추파카브라와 관련된 소문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생명체가 추파카브라의 초기 목격담 속 이미지와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인근 실험시설에서 도망친 레서스 원숭이를 오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푸에르토리코에선 레서스 원숭이가 혈액 실험에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 주민들이 레서스 원숭이가 뒷발로 서서 다니는 것을 얼핏 보고 추파카브라의 이미지를 상상해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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