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이상진]‘결혼=무덤?’ 고소영 정혜영 김윤아 봐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4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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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윤아는 VJ 출신 치과의사와 결혼하며 치약, 유아 장 영양제, 식품 브랜드 등 CF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가수 김윤아는 VJ 출신 치과의사와 결혼하며 치약, 유아 장 영양제, 식품 브랜드 등 CF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 씨(36)와 식품통합브랜드 '큐원' 스틸 촬영이 있었다. 우리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그를 모델로 택했다. '큐원'은 세련된 젊은 주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결혼한 여자 모델 중 세련되고, 새로운 요리도 시도할 것 같은, 그리고 무엇보다 친근함을 주면서도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선정하기로 했다.

출산 후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를 일찌감치 점찍어 놓긴 했지만, 소비자 조사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 눈은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촬영장에서의 그는 굉장히 열심이었다. 미리 예정되어 있던 컷에 완벽을 기함은 물론이고 예정에 없던 컷까지 기꺼이 응해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사실 김 씨와의 인연이 처음은 아니다. CM송 녹음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놀라운 음악성과 프로의식에 감동을 받았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그가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광고를 본업이 아닌 돈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지 않는 이들을 많이 봤던 터라 또 한번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배우 고현정은 올해 초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 랑콤의 모델로 낙점됐다. 사진제공 랑콤.
배우 고현정은 올해 초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 랑콤의 모델로 낙점됐다. 사진제공 랑콤.

▶주부들의 위상 높아지며 결혼한 여자 스타들의 저변도 넓어져

그런데 만약 김 씨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촬영이 가능했을까? 그녀는 여전히 훌륭하고 아름다운 모델이었겠지만, 과연 광고모델로서의 가치도 그대로였을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전에 빅모델 A양과의 마지막 촬영에서 광고주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차라리 결혼을 했더라면, 우리 브랜드와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가 있을 텐데…."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이제 젊은 여성들이 동경하기엔 너무 어중간한 나이가 되었으니 결혼을 한다면 주부 모델로서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꿈을 팔아야 하는 광고의 숙명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었다.

언젠가부터 주부들이 소비의 중심 세력이 되면서 결혼한 스타들이 광고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진 느낌이다.

▶결혼하면 손해? 고현정 고소영 정혜영 등 결혼이 플러스된 경우 많아

다시 김 씨로 돌아가 보자. 그는 최근에 치약과 유아 장 영양제 광고 모델을 했다. 남편이 치과의사(김형규)라는 점이 모델로 선정되는데 플러스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김 씨 혼자만으로도 아름답지만, 결혼이 플러스 알파의 역할을 한 것이다. VJ출신의 세련되고 매력적인 치과의사와 결혼한 아름답고 음악성 넘치는 싱어송라이터! 누구나 동경할 만한 조합 아닌가. 그리고 그런 그가 추천하는 치약이라면, 마치 치과의사가 추천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김윤아처럼 여배우의 결혼이 무덤이 아니라, 이미지 재탄생의 계기가 된 사례는 많다.

배우 고현정 씨(39)는 최고 재벌가의 며느리였다는 점이 슈퍼 프리미엄급 후광으로 작용하여, 돌아오자마자 최고의 개런티 10억원을 받고 최고급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할 수 있었다. 고 씨 정도의 프리미엄 이미지라면,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겐 비싼 모델료를 주고도 얻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농익은 연기력은 계속해서 그녀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최근 득남한 배우 고소영 씨(38)도 한동안 모델 활동이 뜸했지만 결혼 발표 이후 주부를 타깃으로 하는 주스와 두부 브랜드의 모델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산후조리 이후에 더 아름답고 성숙한 모습으로 복귀한다면, 그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때 최고의 모델이었던 심은하 씨(38)도 지적인 남편과의 조용하고 품위 있는 결혼 생활로 신비감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게 되면서 몇 년 전까지도 모델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를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녀는 그때마다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배우 정혜영(37) 가수 션(38) 부부도 결혼과 함께 그들의 착한 마음 씀씀이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가장 인기 있는 부부모델로 자리 잡았다. 결혼 전 조금은 강한 이미지의 배우였던 정 씨는 천사 같은 여자와 엄마의 롤 모델로 떠올랐다. 모델로서는 그다지 잘 생겼다고 하긴 어려운 션 씨도 자상한 아빠와 남편의 롤 모델로 여러 광고에 출연했다. 혼자 있을 때보다 같이 있을 때 훨씬 빛나는 아름다운 커플이다.
배우 장동건 고소영 부부. 유부남이 된 장동건은 싱글남녀가 타깃인 의류브랜드 지오다노의 모델에서 하차했다. 반며 고소영은 유부녀가 된 뒤 주부를 타깃으로 한 주스와 두부 광고의 모델로 발탁됐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배우 장동건 고소영 부부. 유부남이 된 장동건은 싱글남녀가 타깃인 의류브랜드 지오다노의 모델에서 하차했다. 반며 고소영은 유부녀가 된 뒤 주부를 타깃으로 한 주스와 두부 광고의 모델로 발탁됐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공인인 연예인, 결혼으로 경제적 가치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

여자만 결혼으로 모델로서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광고계 블루칩인 배우 장동건 씨(38)는 결혼 발표로 싱글 남녀가 타깃인 지오다노 모델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배우 장 씨는 더 품격 있는 남성상과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대표하는 모델로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남자 배우 B씨는 결혼 이후 더 이상 CF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결혼 상대의 불안한 이미지가 그의 이미지까지 광고주에게 리스크로 느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향후 활동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위상은 달라지겠지만, 그의 결혼에 대한 기억이 소비자들 머리 속에 살아 있는 동안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또 유명 여배우와의 결혼으로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재혼해서 다른 분과 살고 있는 남자배우 C씨, 연정훈 씨(32), 정시아 씨(27)와 결혼한 백도빈 씨(31)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예인은 결혼 이후의 모델 가치까지 따져가며 결혼해야 할까? 조건만 보는 결혼이 문제가 되는 시대에 이런 글이 "역시 결혼은 조건이야"라는 그릇된 생각을 한번 더 강조하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가장 행복해 보였던 연예인 커플이 이혼하거나, 최고의 조건을 가진 배우자와 결혼했다가 금방 이혼하는 배우들도 종종 있다. 단지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숙명 때문에 결혼마저도 그들의 경제적인 가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이상진 광고회사 웰콤 기획국장 fresh.sj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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