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열여덟 저우둥위, 장이머우 감독의 뮤즈 계보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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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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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 '산사나무 아래' 여주인공은 '1970년대 대표할 순수녀' 저우
● 궁리, 장쯔이… 장이머우 감독이 발탁한 여배우들
● 장이머우 감독 "악바리 저우, 월드 스타 자질 있어"

부산영화제를 찾은 ‘산사나무 아래’ 주역들. 왼쪽부터 남자 주인공 두오샤오, 장이머우 감독, 저우둥위.
부산영화제를 찾은 ‘산사나무 아래’ 주역들. 왼쪽부터 남자 주인공 두오샤오, 장이머우 감독, 저우둥위.
중국이 낳은 거장 장이머우(張藝謀·59) 감독의 신작 '산사나무 아래'에는 중국 인형 같은 묘한 느낌을 주는 신인 여배우가 등장한다. 전 스태프가 중국 전역을 뒤져 찾아낸 '1970년대를 대표할 만한 청순녀' 저우둥위(周冬雨·18)다.

15일 폐막하는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산사나무 아래'는 중국 문화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청춘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 저우둥위가 연기한 징추(靜秋)는 남자랑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줄 아는 여주인공이다.

장이머우 감독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프로그램 총감독을 맡았던 당시 재미 작가 아이미(艾米)가 쓴 원작 소설 '산사나무의 사랑'을 읽고 영화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홍콩 시사주간 야저우(亞周)주간이 뽑은 2007년 '중국어 소설 부문 1위'에 올랐다.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산사나무 아래’ 여주인공은 ‘1970년대 대표할 순수녀’ 저우 둥위다.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산사나무 아래’ 여주인공은 ‘1970년대 대표할 순수녀’ 저우 둥위다.

신인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장이머우 감독이 '산사나무 사랑'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전역에서 7000명이 넘는 여배우 지망생이 몰려들었다. 결국 올해 3월 장 감독은 허베이(河北) 성 스자좡(石家莊) 출신 저우를 여주인공으로 낙점했다. 1992년에 태어난 고 3 수험생이다. 장 감독은 "한 장의 백지장같이 순수한 얼굴"이라고 저우의 얼굴을 평가했다.

▶'제2의 장쯔이' 점쳐지는 저우둥위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장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1999)과 비슷해서인지 여배우 저우둥위의 모습에서 신인 시절 장쯔이(章子怡·31)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월드스타가 된 장쯔이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시골 처녀로 나와 총각 선생님과 풋풋한 사랑을 엮어갔다. 영화는 200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동곰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저우둥위가 10년 후 제 2의 장쯔이가 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장쯔이 역시 데뷔 시절 '리틀 궁리'로 불렸다. 궁리(鞏¤·45)와 마찬가지로 장 감독에게 발탁됐고, 이미지도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궁리는 장 감독의 대표작 '붉은 수수밭'(1988)에 출연하면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빈농의 딸로 태어난 한 여자의 기구한 생애가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기까지 광활한 중국의 수수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198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다.
장 감독은 “한 장의 백지장같이 순수한 얼굴”이라고 저우의 외모를 평가했다.
장 감독은 “한 장의 백지장같이 순수한 얼굴”이라고 저우의 외모를 평가했다.

중국 언론은 장 감독의 작품에 나온 여배우들을 '머우뉘랑(謀女郞)'이라고 부른다. 머우뉘랑은 모두 장 감독의 눈에 들어 유명해졌고, 감독의 취향이 반영돼서인지 분위기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물론 올림픽 개막식 공연이나 광고까지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장 감독이기에 '머우뉘랑'으로 분류되는 스타들도 많지만, 그중 대표주자는 궁리와 장쯔이다. 이번에 발탁된 저우둥위도 이 두 사람과 자매처럼 닮았다.

유상욱 그랜드성형외과 원장은 "궁리와 장쯔이는 순수하고 가녀린 이미지에 독특하고 매혹적인 자태와 강인함을 보이는 점이 매우 비슷하다"며 "신예 저우둥위도 질리지 않는 신비스런 동양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 제 2의 궁리, 장쯔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박상훈 아이디 병원 원장은 "세 여배우들은 특히 콧방울이 많이 닮았다"며 "장 감독은 단아하고 여려 보이지만 소신 있는 이미지의 여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저우둥위의 모습에서 신인 시절 장쯔이(章子怡·31)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저우둥위의 모습에서 신인 시절 장쯔이(章子怡·31)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장이머우 감독님, '궁리 스타일' 좋아하세요?

장 감독이 '궁리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궁리는 1987년 '붉은 수수밭'에 캐스팅된 후 장 감독과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1995년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리를 잊지 못하는 감독이 계속 비슷한 이미지의 여배우들을 캐스팅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당나라 말기(정확하게는 5대10국의 후당) 황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황후화'(2006)로 재회했을 때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마침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장 감독에게 '여배우 취향'을 물었다. 구체적으로 궁리, 장쯔이, 저우둥위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여배우들의 키가 점점 작아진 것 같다"며 크게 웃었다. 1대 '머우뉘랑' 궁리의 공식 프로필 상 키는 170cm. 장쯔이는 164cm다. 저우는 160cm이 될까 말까 한 작은 키다.

"여배우들의 미간 사이가 몇 cm이고, 얼굴 크기는 얼마인지, 관상은 어떠한지를 비교 분석하는 기사를 중국 언론이 자주 보도하는데, 내게 그렇게 디테일한 취향은 없습니다. 굳이 세 배우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모두 중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것이죠. 아무리 예뻐도 혼혈아나 서구적인 배우는 지양합니다. 그리고 제가 촬영을 전공해서 그런지 평소 모습이 얼마나 예쁜가보다는 카메라에 담았을 때 아름다운가를 보는 편입니다. 작은 얼굴과 긴 목선 같은 조건을 봅니다."

저우둥위가 궁리와 장쯔이에 이어 중국을 대표하는 월드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장 감독은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배우를 시작한 나이는 다르지만 궁리와 장쯔이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적극적인 성격입니다. 스타가 되려면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저우에게도 그런 성향이 있어요. 연기를 처음 해봐서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하는 근성이 있었습니다."

궁리는 장 감독의 대표작 ‘붉은 수수밭’(1988)에 출연하면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사진은 할리우드 영화 '한니발 라이징'(2007)에 레이디 무라사키로 출연한 궁리.
궁리는 장 감독의 대표작 ‘붉은 수수밭’(1988)에 출연하면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사진은 할리우드 영화 '한니발 라이징'(2007)에 레이디 무라사키로 출연한 궁리.

▶"한국 배우도 관심 많아"

혹시 한국 여배우 중에서도 '머우뉘랑'이 나올 수 있을까. 장이머우 감독은 반드시 중국 배우하고만 작업을 한 건 아니다. 장 감독은 '철도원'으로 유명한 일본 국민 배우 다카쿠라 켄(高倉健·79)과 2005년 '천리주단기'를 찍은 적이 있다. 다카쿠라 켄은 남자 배우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팬이라서 자주 보는 편입니다. 한국 감독들과 잘 알고 한국 배우 김희선 씨와는 광고 작업을 했었죠. 장동건 씨나 정재영 씨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좋은 연기자가 많고 신인 배우 중에도 훌륭한 자질을 가진 배우가 많아요. 아직 정해 놓은 사람은 없지만, 시나리오나 소재를 접했을 때 한국 연기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같이 작업할 생각이 있어요. 중국 내에서도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유명하니까 가능성은 있어요. 영화 소재만 적합하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부산=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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