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꿈은 이원희(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단순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모조리 한판으로 꺾어버리는 예술에 가까운 유도, 그렇게 완벽한 유도를 하고 싶었다.
스포츠동아와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한국 중·고등학교유도연맹과 경북유도회가 주관한 ‘최민호 올림픽제패기념 2010추계전국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은 그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간 무대였다. 대회 최종일인 7일 후원시인 김천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81kg급에서 우승한 보성고 2학년 이재형(사진)은 대회에 참가한 1700여명 선수 중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이미 고교 1학년부터 전국대회를 싹쓸이했고,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우승을 경험한 초고교급 선수다.
주위의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될 법도 하건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 경기 한판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명성이 전국에 알려져 붙는 상대마다 철저히 수비 전술로 일관했는데도 주무기인 업어치기와 허벅다리 기술 등 다양한 기술로 한판을 기어코 빼앗아냈다.
체력이 탁월하고, 연속 동작, 순발력에 유도 센스, 잘 생긴 외모까지 두루 겸비했다. 사진기자에게 “여드름은 안나오게 찍어 달라”고 주문할 만큼 당돌한 신세대다. 권성세 보성고 감독이 “체급이 달라 절대비교는 곤란하지만 이원희가 고 2였을 때보다 지금 이재형이 낫다”고 칭찬할 정도다.
권 감독은 전 경기 한판승으로 우승했어도 제자에게 엄격했다. “국내 고교무대를 평정한 걸로 만족하면 안 된다. 이제 시작점에 선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대회를 겨냥할 스케일의 선수이기에 국제전 토너먼트에서 견뎌내려면 체력 비축을 위해 초반부터 한판승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더 보완해야 된다고 주문한다. 키 큰 서양선수들을 잡기 위해 업어치기를 집중 연마하는 것도 그래서다.
유도에 관해서 두루 재능을 타고난 이재형의 또 하나 축복은 체중조절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 연습량이 워낙 많고,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대회를 앞두고 굳이 급격한 살 빼기를 안 해도 몸무게 79kg이 유지된다고.
이재형의 롤모델은 역시 보성고 선배인 이원희. 1926년 창단된 보성고 유도부의 84년 역사에서 으뜸 자랑으로 꼽히는 유도천재다. 그 이원희의 ‘아우라’가 이재형에게서 묻어난다.김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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