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영화 한편에 250억원…몸값도 태도도 ‘대인배’, 졸리

  • Array
  • 입력 2010년 5월 31일 15시 46분


코멘트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솔트' 출연으로 할리우드 여배우 최고 몸값인 2000만 달러(약250억원)을 받은 앤젤리나 졸리.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솔트' 출연으로 할리우드 여배우 최고 몸값인 2000만 달러(약250억원)을 받은 앤젤리나 졸리.

'브란젤리나'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오래 전 배우 벤 에플렉과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가 사귀던 시절, 이들 커플을 지칭한 표현 '베니퍼(Bennifer)'를 기억한다면 '브란젤리나'가 무슨 뜻인지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는 '브란젤리나'로 불리며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명실상부한 '세기의 커플'이다.

사람들이 이들을 '세기의 커플'이라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 까닭은 두 사람 모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물급 배우인데다 이들이 쉴 새 없이 제공하는 크고 작은 뉴스 때문이다.

특히 앤젤리나 졸리의 예상치 못한 기행들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배우 존 보이트의 딸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와 대면도 하지 않았던 어두운 유년시절, 아시아계 모델 제니 시미즈와의 레즈비언 커플 선언, 배우 빌리 밥 손튼과의 결별 후 그의 이름을 새긴 문신을 제거하는 소동을 벌인 것 등은 '뉴스' 축에도 못 든다.

그가 만든 최고의 가십은 영화촬영 도중 만난 상대역 브래드 피트와의 열애로 그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한 것 아니었을까. 자칫하면 가정을 파괴한 '악녀'로 낙인찍힐 수 있었던 때 그는 캄보디아에서, 또 아프리카에서 차례로 아이들을 입양하며 오히려 선한 이미지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또 마흔이 넘은 브래드 피트에게 자신의 핏줄까지 안겨주며 '참한 와이프'의 이미지로 변신하는 영특함을 발휘했다.

졸리의 매력이 듬뿍 담긴 패션 브랜드 '센존'의 광고컷. 졸리의 카리스마가 더해져 마치 여성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사진제공 조벡.
졸리의 매력이 듬뿍 담긴 패션 브랜드 '센존'의 광고컷. 졸리의 카리스마가 더해져 마치 여성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사진제공 조벡.


▶ 할리우드 여배우 최고의 몸값

그의 영특함은 작품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대중적 인기를 보장하는 블록버스터만을 고집하지 않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체인질링(Changeling)'에 출연하면서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체인질링'은 2008년 칸 영화제에 초대됐다. 이어 2년 만에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액션 대작 '솔트(Salt)'다.

올 7월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원래 톰 크루즈를 위해 준비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가 개인사정으로 하차하자 감독 필립 노이스는 앤젤리나 졸리를 위해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해 제작을 마쳤다. 노이스는 영화 '본 콜렉터'로 졸리와 이미 함께 작업해 본 경험이 있다.

졸리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고서도 강력한 액션 연기가 가능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에서도 충분히 연기력을 발휘하는 최고 배우로 꼽힌다. 그 만큼 '몸값'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솔트'에 출연하는 대가로 그는 2000만 달러(약 240억원)의 개런티를 받았다. 할리우드 여배우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남자 배우 중에서도 브래드 피트나 톰 행크스 정도만이 이 정도 개런티를 받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불럭도 1500만 달러(약 180억원)에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 출연했고, '섹스앤더시티2'의 사라 제시카 파커도 역시 그 정도의 개런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배우 가운데 최고 수익을 올린 '해리포터'의 히로인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 시리즈 두 편을 찍고 각각 1500만 달러를 받아 3000만 달러의 소득을 기록했을 뿐, 편당 개런티로는 아직 졸리를 따라올 여배우를 찾아볼 수 없다. 졸리의 '몸값'과 관련된 최근 소식을 접하다보니 그의 '몸값'이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직접 목격한 그 때가 떠올랐다.

앤젤리나 졸리가 4년 전, 임신6개월의 몸으로 참여한 시세이도의 일본 내수용 메이크업 브랜드 \'인테그레이트\' 광고 촬영컷들. 사진제공 조벡
앤젤리나 졸리가 4년 전, 임신6개월의 몸으로 참여한 시세이도의 일본 내수용 메이크업 브랜드 \'인테그레이트\' 광고 촬영컷들. 사진제공 조벡

▶ 몸값만큼 큰 대인배적 기질

뉴욕의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약 4년 전 그와 광고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연예인에 큰 관심이 없었던 필자도 유독 졸리의 작품과 기사들은 꼬박꼬박 챙겨볼 정도의 팬이었기에 그와의 만남은 뚜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최근 들어 그 추세가 달라지고 있긴 하지만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은 전통적으로 연예인보다 전문 모델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당시 일본 최대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는 이런 관례를 깨고 중저가의 일본 내수용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인테그레이트' 모델로 할리우드 스타인 졸리를 발탁했다.

'인테그레이트'는 중저가 메이크업 브랜드 카테고리에서 프랑스계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메이블린'이 선점한 시장을 빼앗아오기 위해 시세이도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브랜드였다. 그 만큼 일본 내 스타가 아닌 할리우드 스타 졸리를 기용함으로서 판매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짰다.

그러나 새롭게 론칭하는 브랜드 '인테그레이트'의 광고 촬영지는 뉴욕도, LA도, 도쿄도 아닌 파리에서 이뤄졌다. 졸리 때문이었다. 그 즈음 그는 브래드 피트와 영화 '미세스&미스터 스미스' 촬영을 마치고 아프리카, 파리 외각 등을 오가며 동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광고주에게 임신 사실을 통보한 졸리는 원래 촬영지인 LA로 이동하기는 어렵겠다고 전했다.

시세이도 측이 난감해했음은 물론이다. 촬영 장소를 옮기는 것쯤은 차치하고라도 중저가 메이크업 제품을 소비하는 층이라면 주로 학생들인 10대 후반~20대 초반일텐데 임신한 여성을 모델로 한다는 것은 다소 위험한 컨셉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던 그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필자를 포함한 광고 제작 담당자들은 임신한 그의 몸에 맞게 촬영 컨셉트와 사진 촬영 각도를 수정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원래 할리우드 스타와의 광고 촬영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전문 모델과의 촬영에 비해 적어도 2~3배는 일이 많아짐과 동시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번엔 촬영 전부터 비상이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사진 컨셉트는 몸을 최소한으로 드러내는 얼굴 클로즈업으로 바꿨다. 너무 얼굴 위주로 찍다보니 자칫 부담스러운 느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6년 8월 어느 날, 파리 외각에 마련된 스튜디오에 졸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 모든 걱정이 한 순간 사라지는 듯했다. 광고용 드레스를 입지 않았음에도 그에게는 일반인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후광'이 났다. 임신 6개월의 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얼굴과 체형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배 부분만 살짝 후반 작업한다면, 전신 컷을 찍어도 문제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딕 페이지가 메이크업을 시작하자 졸리의 얼굴은 한결 활기를 띄었다. 이탈리아를 주요 무대로 하는 일본계 디자이너 브랜드 '안테프리마'의 메탈릭한 원피스까지 곁들이니 졸리 특유의 카리스마가 금세 살아났다. 첫 촬영은 립스틱 컷. 졸리의 트레이드 마크가 입술인 만큼 남녀를 불문한 스태프 모두 그의 육감적인 입술에 시선을 집중했다.

촬영이 시작되고, 다양한 색상의 립스틱이 세계 최고의 섹시 입술 위에 구현되자, 곳곳에선 나지막한 탄성이 들려왔다. "Fantastic(판타스틱하다!)" "Gorgeous(우아해!)" "Perfect(완벽하군)"과 같은 찬사였다.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필자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졸리의 대인배적 기질이었다. 그는 할리우드 스타들과의 촬영에서 어김없이 경험하게 되는 소위 '땡깡'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임신 중이라 불편할 수 있는 포즈를 반복해 요구하는데다, 대사도 없이 지루하게 똑같은 미소를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불평 한마디, 찌푸림 한 번 없이 촬영을 마쳤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 졸리가 만약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된다면

그로부터 딱 1년 후 새로운 '인테그레이트' 촬영을 위해 이번엔 LA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됐다. 필자는 임신 중일 때 보다는 한결 발랄한 모습으로 촬영장에 나타난 졸리에게 "지난해 촬영 때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대인배(real grown-up)처럼 의연한 모습을 보여줘 감명을 받았다"고 인사했다. 그러자 졸리는 환하게 웃으며 "그 땐 첫 임신이라 그런지 많이 민감했을 때였고 일본 브랜드와는 처음 일하는 것이어서 긴장이 많이 됐었는데 칭찬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마침 졸리가 그 무렵 촬영한 미국 패션 브랜드 '센존'의 모델 컷이 떠올랐다. 유명 패션작가 마리오 테스티노가 촬영한 그 광고 캠페인은 졸리의 매력을 한껏 뽑아낸 명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 대통령 이미지를 차용해 화제가 된 '도나 캐런' 광고와 느낌이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을 전했더니 그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정말 그런가요? 제가 그 광고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사실 어렸을 때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이기도 했어요." 입양, 기부 등 다음 세대를 살리는 일에 관심이 많은 그라면 차기 미국 대통령 감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가 정말 대통령에 출마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비록 그 확률이 한 자리 숫자 아래라도 졸리가 정말로 출마를 결심한다면 나는 그에게 기꺼이 한 표를 던질 생각이다.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 동영상 = 영화 ‘솔트’ 예고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