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잘한 공기업에 정원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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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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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듣는다

연봉제 등 공기업 시스템 개혁…5년만 더하면 민간 따라잡아
정부보유 지분 처리 속도낼 것…공무원 늘려 고용창출엔 반대
저금리 정책 국제공조 중요…G20 의장국으로서 조율할 것
지방미분양 종합적 대책 필요…양도세만 푼다고 해결 안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직원들의 임금체계를 고쳐 같은 직급이라도 최고 30%까지 연봉 차이가 나는 혁신적인 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철밥통’으로 불려온 공공기관에도 민간기업과 같은 경쟁 마인드를 불어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가 외형적인 덩치를 줄이는 작업을 일단락 짓고 내부 시스템 개혁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공식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직급 안에서도 20∼30%의 임금 차이가 나는 연봉제를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임금 시스템 개혁을 통해 공기업의 경쟁력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변영욱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직급 안에서도 20∼30%의 임금 차이가 나는 연봉제를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임금 시스템 개혁을 통해 공기업의 경쟁력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변영욱 기자
윤 장관은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5년만 더 하면 공기업의 경쟁력이 민간기업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그동안 모호한 메시지로 일관했던 출구전략 실행 시기에 대해 ‘사실상 연내 불가(不可)’ 방침을 분명히 했다.

―공공기관 연봉제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하나.

“최근 ‘공공기관 연봉제 표준모델 최종안’을 보고받았다. 우선 복잡한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를 기본급, 성과급, 수당의 세 종류로 단순화한다. 기본급과 성과급의 인상폭을 개인 실적에 따라 다르게 해 한 직급 내에서도 연봉이 최대 20∼30% 차이가 나도록 했다. 처음에는 연봉 차가 완만하지만 내년 이후 해가 지날수록 점차 커질 것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윤 장관이 위원장)를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열어 확정되는 대로 전체 공공기관에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것이다. 각 기관들이 올해 임금협상부터 바로 반영하도록 독려하겠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원칙대로만 하다 보면 신입사원 채용이 줄어들지는 않나.

“업무량이 늘어나거나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 인력이 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런 경우 신규 인원 할당량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처럼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수출하게 된 공기업은 인력을 더 뽑아야 할 것이다.”

―신규 채용과 관련해 공기업 정원에 융통성을 둘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제대로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공기업에는 정원을 늘려주고 신입사원도 더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6월에 나오는데 여기서 좋은 점수를 받은 곳에는 정원을 늘릴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줄 것이다.”

―주요국들이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 실행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출구전략은 어떤 단계인가.

“출구전략은 크게 재정정책, 금융정책, 금리의 세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작년에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7%로 크게 줄어든다. 정부 지출을 그만큼 줄인다는 뜻으로 재정 측면에서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다. 금융정책을 통해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도 거둬들일 것이다. 다만 금리를 올리는 차원의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서둘 수는 없다.”

―그럼 한국이 출구전략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곤란한 듯 웃으며) 그걸 어떻게 단정해서 말할 수 있나. 그리스의 재정위기 같은 대외변수가 많아서…. 무엇보다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는 확신이 들어야 하고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국제공조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빨라야 하반기 이후다.”

―출구전략과 관련해 국제공조를 강조해 왔는데, ‘빨라야 하반기 이후’라는 표현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에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의미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11월이면 출구전략과 관련한 결론에 도달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11월까지는 출구전략에 대한 기조가 지금처럼 유지된다고 보면 되는가.

“그렇게 보면 무리가 없다. 경제 상황의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출구전략의 국제공조를 조율해야 할 G20 의장국으로서 그때까지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겠다.”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뒤 한국도 공공기관의 부채가 나중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복안이 있나.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 채무는 아니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채가 부실화해 국가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되므로 정부가 이를 주시해야 하는 것도 맞다. 며칠 전 동아일보가 보도한 대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면 세금 이외의 수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데….

“그렇다. 중소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처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진전이 있을 것이다. 다만 제값을 받아야 하고, 어디에 팔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특히 토종 은행이 우리은행밖에 없는 상황에서 매각 대상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의 화두는 역시 일자리 창출이다. 고용을 늘리기 위한 추가 대책을 고려하고 있나.

“어려운 문제다. 고용은 본질적으로 민간이 창출해야 한다. 취업자 수에 집착해 공무원 수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도 맞지 않다. 공기업들이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에 정부가 제동을 건 것도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보나. 건설업계의 연쇄도산을 막으려면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 조치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가격은 안정세지만 거래량이 줄고 있다. 그런데 미분양 물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요가 없는 곳에 중대형 아파트를 지은 지역이 많다. 양도세만 풀어서 이것이 해결되겠는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현재로선 그대로 갈 것이다.”

―고용대책과 서민지원 재원이 부족하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은 없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추경을 다시 하면 재정 건전성이 더 나빠진다. 추경을 하지 않아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대신 허튼 데로 돈이 새나가지 않도록 예산집행 과정을 철저히 감독하겠다.”

인터뷰=박원재 경제부장
정리=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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