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처리-지방선거 ‘고비’ 권력형 비리도 차단해야 역대정권 임기중반에 휘청 “서민대책 등 가시 성과 주력”
올해로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는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 아래서 이른바 ‘꺾어지는’ 해다. 이명박 정부의 권력을 놓고 구심력과 원심력이 정면충돌하는 시기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권력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집권 3년차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전문가들은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제 상황에서는 ‘집권 3년차 증후군’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정부가 겪었던 ‘집권 3년차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 역대 정부의 ‘3년차 증후군’
김영삼 정부는 고강도 사정(司正)과 세계화 추진을 통해 집권 초기 높은 지지를 얻었으나 집권 3년차인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신생 자민련에 대전·충천권과 강원지역을 내줘야 했다. 가까스로 당명을 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꿔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해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
김대중 정부도 환란 극복과 새천년민주당 창당,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려 했다. 그러나 집권 3년차인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밀려 제1당에 올라서지 못했다. 이후 잇따라 터진 친인척 및 측근 비리로 정국 주도권은 야당인 한나라당에 넘어갔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업고 승리했지만 △4대개혁 입법 차질 △대연정 추진 실패와 함께 연이은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며 급속도로 레임덕(권력누수현상)에 빠져들었다.
6월 2일 예정된 지방선거에 여야가 사활을 건 총력전을 벌이는 것도 이처럼 집권 3년차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방선거 결과에 정국 주도권의 향배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 ‘실적’으로 집권 3년차 증후군 돌파?
청와대는 3년차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구호가 아닌 ‘어떻게 실적을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회복과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등 대내외 호재로 이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는 등 2년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3년차부터는 국민들 손에 쥐여줄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하는 것처럼 “서민들은 아직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이 대통령의 외교행보와 경제회복이 성과로 나타나긴 했지만 국민들은 아직 소득 향상 등 생활여건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지율이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기대성 지지 혹은 격려성 지지의 측면이 많다”고 분석한다. 상반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지방선거 승리의 발판을 다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집권 후반기까지 안정적으로 국정을 끌 수 있다는 판단이다.
○ ‘역대 정부와는 다르지만…낙관 금물’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3년차가 과거 정부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개인 지지도가 꾸준히 상승 추세에 있는 점을 비롯해 △여당의 지지도가 여전히 야당을 크게 앞서고 있고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비관적 전망보다 우세하다는 점 등이 과거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설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정치학)는 “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경제 위기 조기 극복, 원전 수출 등을 통해 ‘성취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세종시 문제 해결이 변수”라고 전망했다.
세종시 문제가 이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고, 6월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에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강력한 비주류가 존재하는 만큼 지방선거 패배 시 정국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에게 쏠릴 수 있다는 점도 ‘집권 3년차’ 정국을 가르는 변수다.
또 이명박 정부가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정치학)는 “지방선거에서 지더라도 대통령이 혼자 책임져야 할 상황은 아니다”며 “하지만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오면 대통령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이는 집권 3년차에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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