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처럼 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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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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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86년 마라도나 전담마크… 감독으로 재대결
北, 66년 포르투갈에 역전패… 44년 만에 설욕 기회


또 만났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 추첨 결과 ‘얄궂은 인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허정무 한국 감독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선수로 만난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과 24년 만에 사령탑으로 재대결을 벌인다. 북한은 44년 전 8강전 어이없는 역전패의 아픔을 안긴 포르투갈과 다시 만났다.

○ 허정무 vs 마라도나

1986년 6월 2일 멕시코시티 올림피코 스타디움. 허정무는 ‘축구 신동’ 마라도나의 전담 마크맨이었다. 허정무는 마라도나를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결과는 1-3 패. 축구 신동을 향한 허정무의 거친 플레이는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태권 축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마라도나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개인기를 앞세워 한국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돌진하자 허정무가 볼을 걷어낸다는 게 마라도나의 왼쪽 허벅지를 차는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 허 감독은 “정당한 경기를 했지만 외신이 여러 얘기를 했다. 당시 32년 만에 본선에 올라 경험이 없었고,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힘 한번 못 쓰고 졌다”고 회상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한 뒤 둘은 양국의 사령탑으로서 다시 만나게 됐다. 월드컵 예선 성적은 허 감독이 앞선다. 허 감독은 2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끌며 쉽게 본선 티켓을 획득한 반면 마라도나 감독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이끌고도 남미 4위로 턱걸이했다. 24년 만의 재회에선 누가 웃을까.

○ 북한 vs 포르투갈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과 격돌했다. 북한은 당시 박승진과 이동운, 양성국이 연거푸 골을 터뜨려 전반 22분까지 3-0으로 앞섰지만 에우제비우에게만 무려 4골을 헌납하며 3-5로 역전패했다. 당시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올라 기세가 등등했던 북한은 또 한 번의 기적을 일으키는 듯했으나 국제경기 경험 미숙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북한은 그 후 월드컵과 인연이 없다 44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는데 포르투갈이란 ‘악몽’을 다시 만났다. 당시엔 에우제비우란 괴물이 있었고 지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라는 월드스타가 버티고 있다. 김정훈 감독 경질을 고민하는 북한은 한숨만 늘게 생겼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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