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명희]행정구역 개편 ‘통합의 시대조류’ 따라야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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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구역 개편이 주민의 관심사로 부각되는 요즘이다. 지역에 따라서 순조로운 통합으로 가기도 하고 찬반을 달리하기도 한다. 내 주거권인 경기 구리와 남양주에서도 지역통합문제가 현안으로 이슈화됐다.

주지하다시피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서구문명의 특장인 분석적 사유체계가 한국사회를 풍미했다. 대학사회도 학부체제보다는 학과나 전공별로 세분됐고, 예술계도 장르 간의 경계선이 확연해지며 소통이 단절됐다. 논리적 분석주의 풍조는 행정체계에도 변화를 유발했다. 철옹성 같던 중앙집권체제에 지방분권이라는 원심력이 작동했다. 이에 따라 양주군에도 분화의 바람이 불어 먼저 남양주군이 분리됐고 이어서 구리시가 탄생했으며 한때 미금시가 쪼개졌다. 불과 30년도 안 된 한 세대 안에 일어난 분화 과정의 산물이었다.

시대의 조류는 국제화의 물결과 함께 다시 총합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총화(總和)와 합일의 궤도로 진입하려 한다. 구리와 남양주에서는 다시 통합 여론이 나왔다. 두 지역을 포함해 행정구역을 개편하려는 곳의 논의 및 추진과정이 우리가 지금까지 숱하게 경험한 소모적인 토론을 벗어나,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며칠 전 화천 대붕호(파로호)를 다녀왔다. 큰 붕(鵬)새가 구만리 창공을 날아가느라고 지상에 검은 그림자가 스치면 메추리는 누가 뺏으려는 줄 알고 모이를 얼른 감싸 안는다는 우언(寓言)이 있다. 구리와 남양주를 포함해 통합방안을 논의하는 곳에서 메추리 같은 행태보다는 붕새와 같은 큰 뜻을 기대한다.

한명희 예술원 회원 중앙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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