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예고없는 ‘물폭탄’… 야영객 6명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헬기 동원 실종자 수색 6일 오전 경기 연천군 임진교 인근에 있던 야영객 5명과 비룡대교 부근에서 낚시를 하던 1명이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되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헬기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강 한복판으로 물에 휩쓸린 자동차들이 떠내려 와 있어 엄청난 양의 물이 방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천=전영한 기자
헬기 동원 실종자 수색 6일 오전 경기 연천군 임진교 인근에 있던 야영객 5명과 비룡대교 부근에서 낚시를 하던 1명이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되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헬기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강 한복판으로 물에 휩쓸린 자동차들이 떠내려 와 있어 엄청난 양의 물이 방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천=전영한 기자
어제 임진강 황강댐 방류… 급류에 휩쓸려
“경보음 먹통”… 軍도 관계기관에 통보 안해

북한이 6일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쪽으로 42.3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에서 예고 없이 강물을 대규모로 방류하는 바람에 하류인 경기 연천군 일대에서 야영을 하던 6명이 실종됐다. 2001년 10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임진강 무단 방류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6번째이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오전 5시경 연천군 미산면 우정리 임진교 하류 2km 지점의 모래섬에서 서강일 씨(40) 등 7명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던 중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서 씨와 이경주 씨(38) 부자 등 5명이 실종됐다. 오전 7시 20분경에는 임진교에서 5km가량 떨어진 백학면 노곡리 비룡대교에서 낚시를 하던 김대근 씨(39)가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실종자 중 5명의 휴대전화 위치가 연천군 일대에서 확인됐다.
구조자와 목격자들은 “아무런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진강변에 설치된 경보가 작동하지 않았고 피해 발생 전에 이상징후를 감지한 군 당국은 관계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방류로 임진교 부근에서 기동훈련을 하던 육군 모 부대 소속 K-1전차 1대가 오전 5시 반경 불어난 강물에 고립됐다가 오후 10시경 구조됐다. 임진강 하류인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일원 어민이 설치한 참게잡이용 각망과 그물, 어선 등이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수천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군경과 소방당국은 800여 명의 인원과 헬기 6대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날이 어두워져 오후 6시 45분 중단하고 7일 오전 6시 반부터 수색을 재개하기로 했다.
한강홍수통제소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임진강(적성면 구읍리 관측지점 기준)에는 초당 720t의 물이 유입돼 평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오전 5시경부터 갑자기 유입량이 초당 1978t까지 치솟아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0.6m가량을 유지하며 평온하던 임진교 수위가 3.11m까지 높아졌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제1차관은 “이날 북한이 방류한 물의 양이 4000만 t에 이른다”고 밝혔다.
북한의 황강댐은 2007년 말 공사를 마무리하고 물 채우기에 나선 것으로 지난해 확인됐다. 정부 당국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지원 등 관심을 끌기 위한 고의적 방류 등의 가능성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방류량으로 볼 때 ‘4월5일댐’이 아니라 황강댐에서 본격적인 발전을 하느라 하류로 내보내는 수량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북한 황강댐이 있는 평강지역에 비가 내린 날은 9월 중 5일 하루뿐인 데다 강수량도 0.2mm에 불과해 북한이 홍수 조절 목적으로 황강댐의 물을 방류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 실종자 명단
△서강일(40) △이경주(38) △이용택(9·이경주 씨의 아들) △이두현(40) △백창현(39·이상 경기 고양시) △김대근(40·경기 의정부시)
6일 오전 경기 연천군 임진교 인근에 있던 야영객 5명과 비룡대교 부근에서 낚시를 하던 1명이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되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헬기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강 한복판으로 물에 휩쓸린 자동차들이 떠내려 와 있어 엄청난 양의 물이 방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천=전영한 기자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연천=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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