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신종플루, 차분한 대응이 ‘약’이다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7분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한 세 번째 사망자가 27일 나오면서 신종 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주말 내내 마스크, 손세정제가 불티나게 팔렸고 가벼운 감기에도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특히 일부에서 신종 플루 의심환자가 아닌 사람까지 타미플루 사재기를 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5일 대전 서구의 한 산부인과는 타미플루 처방전 5장을 발행했다. 이 처방전은 대전 중구 내 거점약국으로 보내졌고 5명분 타미플루가 처방됐다. 하지만 약을 산 사람들은 신종 플루에 감염되지 않은 해당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들이었다. 이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처방전으로 건강보험 적용 타미플루를 사면서 “예방용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이 타미플루는 곧 지역보건소에 의해 회수됐다.

회사원 윤모 씨(25)도 이달 초 해외여행 전 동네 의원을 찾아 비급여로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후 서울 종로 일대 약국을 뒤져 타미플루 10정을 구했다.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한 약국의 약사는 “동네 의원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면 비급여로 타미플루를 한 가족이 먹을 만큼 처방해 준다. 의사들도 그렇게 처방해서 먹는다”고 말했다. 현재 거점약국에 비치된 타미플루(정부 비축분)는 신종 플루 확진을 받는 등 고위험군을 위해 정부가 건강보험을 적용해 싸게 제공하는 약이다. 예방 목적으로 비급여 처방전을 받아 보험 적용 타미플루를 구입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신종 플루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 때문이다. 신종 플루 우려로 휴교하는 학교도 늘고 있지만 정작 의료계에서는 휴교 조치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박승철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지역사회에서의 감염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휴교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감염 학생이 생기면 귀가 조치하고 잘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더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찬반을 떠나 신종 플루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는 치사율이 낮고 대부분 완치되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타미플루도 충분히 확보돼 있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평소 손을 자주 씻는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나친 불안감이 사회를 혼란시키는 또 하나의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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