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아시아 시장 커지고 기업 격차 벌어진다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1분


《불황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마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에 따르면 세계 20개국 성인 응답자의 62%가 “1년 전보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개별 기업의 거래비용이 늘어나고, 브랜드 가치가 낮아지며, 인재를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나아가 불매운동이나 규제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신뢰도는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에릭 바인하커 선임연구원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009년 7, 8월호)에 실은 논문에서 “기업이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면 ‘경영의 유일한 목표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임직원과 고객, 공급업체, 지역사회, 언론, 노조, 정부, 시민사회 등을 모두 핵심 이해관계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즈니스 환경을 구성하는 요인들이 어떻게 바뀔지 전망한 이 논문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7호(7월 15일자)에 실려 있다.》

■ HBR가 꼽은 기업환경 10대 트렌드

○ 장기적인 소비 성장률 둔화에 대비해야

바인하커 선임연구원 등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책 입안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도입하고, 재정난을 겪는 기업들에 도움을 줬으며, 규제 개혁도 약속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 경영진은 전략을 세울 때 정부가 새로운 규제 체제를 만들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자신들이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게끔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 지출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에 공공 부문이 기업의 주요 고객이 됐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했다.

1985년 이후 미국인들의 실질 소비는 매년 3.4%씩 증가해왔다. 하지만 저자들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와 가계 저축의 고갈 상황을 볼 때, 미국 내 소비가 금융위기 이전만큼 빠르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세계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소비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성숙기에 접어든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늘리거나 신제품을 선보이는 데 애써야 한다. 바인하커 선임연구원 등은 또 선진국보다 아시아에서 소비 증가세가 뚜렷이 나타나는 만큼 아시아에 투자하고, 고령 소비자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의 예산이 빠듯하더라도 욕망이 적어지진 않는 만큼 예산 안에서 사치를 누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불황일수록 강한 기업과 약한 기업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불황일수록 인수합병(M&A) 기회를 잘 포착하고, 장기적으로 자신이 속한 업계의 구조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은 가격 불안정성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조언했다. 공급업체와의 계약, 임금 협약 내용, 가격 정책, 위험 분산 전략 등을 살펴보고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 세계화 반대 목소리는 줄어들 것

구글은 서북태평양의 수력발전소 근처에 거대한 땅을 미리 확보해 놨다. 자원 부족 현상에 대비해 향후 이곳에 서버 시설(server farm)을 만들기 위해서다. 바인하커 선임연구원 등은 원유와 물 등 자원 부족 현상이 지금처럼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일부 금융 모델의 한계가 지적됐지만, 과학적 경영 도구는 경영자들의 본능적 의사결정보다 여전히 더 중요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밝혔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2가지를 보완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 등을 바탕으로 경영 도구에 인간 행동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견해를 접목할 수 있고, 경영자는 과학적 경영 도구들을 더욱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

아시아의 성장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는 현대적 기술과 산업 관행, 조직 운영 방안을 도입하면서 생산성을 놀랍게 향상시켰다. 중국의 노동생산성 성장률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7%에서 올해는 9.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높은 저축률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자본이 형성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생산 확대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계속 아시아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들의 조언이다.

혁신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불황기에 연구개발(R&D)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다시 호황이 오면 다른 기업들보다 우수한 실적을 낸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들은 다만 세계화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자유무역을 공격할 경우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비자물가가 높아지며, 경제 회복을 점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7호(2009년 7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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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Meeting Excellence

강력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성과를 낸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독특하고 효율적인 회의문화다. 선도적 기업들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회의를 운영한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직장인 대부분은 회의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DBR가 회의문화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깊이 있는 방법론과 사례들을 모았다.

▼마인드 매니지먼트/‘하늘이 새 사업 기회 주려고 망하게 했는데…’

갑작스러운 건강악화 등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의 위기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으려면 평소에 일을 진정으로 즐기고, 때로는 불확실성에 몸을 맡길 필요도 있다. 또 여가활동으로 마음의 자생력에 투자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기며, 한계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르는 것도 좋다.

▼CEO를 위한 인문고전강독/생각하지 않는 것은 범죄다

여성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나치즘을 철학적으로 해명하는 일에 평생을 매달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유대인 학살의 원흉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에서 그가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히만은 명령에 따라 성실하게 소임을 다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는 면죄부를 받아야 할까? 아니다. 그는 ‘철저한 무사유’의 책임이 있다. 상부의 명령이 유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성찰하지 못했다. 아렌트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사유’란 반드시 수행해야만 할 ‘의무’라고 강조한다.

▼트렌드 돋보기/사회적 책임 경영(CSR)의 3가지 덫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 경영(CSR)’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미지 개선도 안 되고 매출 증대 효과도 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효과를 보려면 무엇보다 ‘진정성’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이윤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필립모리스가 벌인 청소년 금연 캠페인이 실패한 것도 소비자들이 진정성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또 ‘묵언 수행’을 해서는 안 된다. 정당한 활동을 적극 알리고, 소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급증에 빠지지 말고 장기간 활동을 지속해야 효과가 크다.


- 경영지식의무한보고-동아비즈니스리뷰(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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