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北核제재 주저하는 中의 복잡한 셈법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중국의 움직임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북한의 핵 야욕을 꺾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과격행동을 우려하면서도 강경한 제재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북한 최고위 지도부 동향에 밝은 베이징(北京)의 한 전문가는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는 현재 신냉전구도를 교묘히 이용하려 한다”며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미국과 손잡을까 봐 두려워하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은 북한 대외 무역의 무려 73%를 차지했다. 언뜻 보기에는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북한 체제가 붕괴돼 많은 난민이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거나 아니면 한반도에서 분쟁이 일어날 때 1차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우려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막가는’ 북한을 괘씸하게 생각하면서도 선뜻 독자 제재는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못하고 속병을 앓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김 위원장은 올 4월 위성 발사 후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 성명’ 형태로라도 서방과 보조를 같이한 것에 불만스러워한다. 특히 2차 핵실험 후 공식 반대성명을 낸 중국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앞서 소개한 대북 전문가는 “만약 중국이 서방과 손을 잡고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최악의 경우 국경 봉쇄 등에 나서면 북한은 사실상 미국에 투항하는 수준으로 중국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고 북한 내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은 중국과는 거리를 두면서 미국과 직접 접촉해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원조를 제공받는 등 ‘안보와 경제’의 실리를 챙기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북한이 어느 시점에서 핵무장 철회 및 비핵화 수순을 다시 밟으면서 협상을 요청해 오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악몽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한반도에서의 국지 도발 등으로 ‘과속’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는 물론 미국과의 협상도 불가능할 것이다. 진정한 대국은 평화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중국은 평화를 위한 대의를 지키는 길이 어떤 것인지 이번 기회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g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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