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오리온스의 김승현 색깔 지우기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오리온스는 최근 두 시즌 연속 감독이 시즌 도중 물러나는 홍역을 치렀다. 이충희 김상식 감독이 부임 후 첫 시즌도 마치지 못하고 연이어 사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팀 성적은 계속 바닥을 헤맸다. 이런 달갑지 않은 사연 탓인지 새로 오리온스 지휘봉을 잡은 김남기 감독(49)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한창 시즌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김 감독이 내린 첫 번째 처방은 간판스타 김승현(31)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김승현의 공백을 메울 다른 가드들을 키우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다른 팀에서의 선수 영입도 검토하고 있다. 승현이는 20분 안팎을 소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의 배경에는 어찌 보면 김승현이 그만큼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으로 비친다. 실패를 맛본 전임 감독들도 전술 운영의 핵심인 김승현과의 관계 정립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김승현 위주의 플레이를 연마하다 정작 시즌에 들어가서 김승현이 부상을 이유로 번번이 빠지다 보니 전력 공백과 시행착오가 컸다.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김승현이 뛴 경기에서 15승 24패를 기록한 반면 빠진 날에는 3승 12패로 승률이 뚝 떨어졌다.

김승현은 몇 년째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컨디션 난조로 대표팀에서 교체되기도 했다. 김승현은 3시즌 연속 40경기 이상을 뛰는 데 실패했다. 오리온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아프니까 어쩔 수 없지만 아쉬운 구석이 많다”고 답답해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하고자 하는 의욕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오리온스 시절 김승현과 호흡을 맞춰 우승까지 합작했던 김진 SK 감독은 “승현이의 기량이 정체된 것 같다. 전성기 때를 떠올리면 퍽 아쉽다”고 지적했다. 트레이드 가능성도 나오지만 5억5000만 원에 이르는 김승현의 연봉이 다음 달 협상에서 대폭 삭감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리온스는 부활을 꿈꾸고 있다. 김승현의 몸과 마음이 팀에 믿음을 줄 수 있을지에 성패가 걸려 있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