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의 핵실험을 ‘MB 탓’이라며 김정일 돕는 민주당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북한은 김대중(DJ) 정부 첫해인 1998년 8월 31일 일본 열도를 넘어가는 사거리 2500km의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잠복했던 북의 핵개발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다시 노출되기 시작했다. 북은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프로젝트를 시인한 데 이어 그해 12월 북-미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DJ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 무드를 한껏 고조시켰지만, 북은 ‘민족끼리’ 구호의 뒷전에서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북은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데 이어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했다. 핵실험 석 달 전인 7월에는 사거리 6000km 이상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처럼 명백한 위협 속에서도 노 대통령은 2007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핵 문제를 공식 의제에서 제외하고,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안기는 10·4 정상선언에 합의했다.

지난 두 정권은 10년간 북의 미사일과 핵 개발을 도왔다고 하는 편이 맞을 정도다. 1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1년간의 식량 부족을 메울 수 있는 3억∼5억 달러가 드는데 그 많은 돈이 어디에서 났겠는가. DJ, 노무현 정권이 10년간 퍼준 8조 원 이상의 돈이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덜어주는 데 들어간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북이 지난달 성능과 사거리가 한층 개량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재차 발사한 것이나, 1차 때보다 폭발력이 25배나 커진 2차 핵실험을 그제 강행한 것도 지난 정권들의 헤픈 대북 지원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번 핵실험에 대해 “이명박(MB) 정부의 냉전적 대북정책이 불러일으킨 결과”라며 북한보다는 MB 정부를 더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파탄과 안보상황 악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정신을 계승해 남북대화의 복원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4월 북이 로켓을 발사했을 때도 ‘MB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북의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한 것이 MB 정부의 무능 때문이고, 북의 핵실험이 MB 정부의 냉전적 대북정책 때문이라면 DJ, 노무현 정부 때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누구 탓인가. DJ 정부와 노 정부가 햇볕정책이다, 포용정책이다 하면서 그렇게도 퍼주고 북의 비위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는데도 북은 미사일도 쏘고, 핵실험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지난 두 정권이 자금 제공을 통해 도운 일 아닌가.

민주당은 북이 무슨 일을 저지르건 MB 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 북의 핵실험이 ‘북-미관계 악화’ 때문이라거나,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 기조가 결국 핵실험 상황까지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한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다. 북-미관계나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이 한미 정부에 있는가, 핵개발을 강행하며 인질이나 잡고 한미 정부를 위협하는 북에 있는가.

정부가 어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선언한 것은 북의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 조치다.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의 세계적 확산을 막기 위한 90여 개국 공조에 뒤늦게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PSI 참여가 “남북 대결구도를 초래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북은 김일성-김정일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선군(先軍)정치를 내걸고 자신들의 의도와 시간표대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해 왔다. 핵무장을 통해 세습정권의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북은 우리의 대북 기조와 상관없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재차 강행할 것이다. 민주당은 북의 이런 의도를 정녕 모른단 말인가. 우리 정부를 흔들어 김정일 집단을 돕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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