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내 식구’ 수사도, 현 권력 수사도 正道따르라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세중나모여행 천신일 회장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그제 태광실업을 세무조사 했던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고 어제는 천 회장 집과 사무실, 천 회장과 금전 거래를 한 15명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자 대선 공신이어서 검찰이 과연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높다. 천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외에도 본인과 가족이 소유한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2007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06억 원에 매각해 이 돈으로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 특별당비 30억 원을 대납했거나 대선자금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세무조사 로비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박 회장에게서 2억 원을 받은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1명뿐이다. 추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두 차례,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한 차례 통화를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회장이 자신의 운명과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청와대에서 밀려난 전직 비서관에게만 맡겨놓고 있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검찰은 올 3월 천 회장을 출국금지한 뒤 금융계좌를 추적하면서 “혐의 없는 사람을 출국금지했을 리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한 발짝 더 나가 가택 압수수색까지 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혐의가 구체성을 띠어가는 것 같다. 검찰 지휘부의 과제는 권력의 외풍(外風)을 차단해 수사팀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검찰이 ‘제 식구’를 정도(正道)에 따라 수사하지 않는다면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검찰이 내부 비리를 적당히 덮으려 든다면 자체 수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특검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역학 관계에 비추어 볼 때 검찰도 살아있는 권력이다.

검찰이 대통령 측근을 비롯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야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옛 정권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