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실상 달라 서민에 ‘대못’
요즘 시중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저신용자 대출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었던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서민층에게 10%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대부업체 등 고금리 업체에서 돈을 빌려야 했던 서민들로선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대출을 받기 위해 실제 은행 창구를 찾은 고객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며칠 전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이희영 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씨는 “A은행의 저신용자 대출상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지점을 찾았는데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은행의 상품 소개자료와 창구 직원의 설명이 다르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이 은행은 저신용자 대출을 시작하면서 자격조건을 ‘총소득 2000만 원 이하, 총부채 3000만 원 이하인 고객’으로 제한했습니다. 이 씨는 소득 1800만 원에 부채가 2000만 원이어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창구 직원은 “소득보다 부채가 많으면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며 퇴짜를 놓았습니다. 이 씨는 “버는 돈보다 빚이 많을 경우 대출이 안 된다면 자격조건을 총소득 2000만 원 이하, 총부채 3000만 원 이하로 정한 것이 잘못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상품 소개 자체가 빚이 소득보다 많아도 대출이 된다는 오해를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B은행을 찾은 또 다른 독자는 “창구 직원이 귀찮다는 듯이 서류를 훑어보며 대출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나는 소득 증빙자료도 있고 밀린 세금도, 연체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하다”고 e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지연 경제부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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