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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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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기(氣)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2월 임시국회를 끝내며 “주택공사·토지공사 통합법은 4월 첫째 주에, 금산분리 완화법은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 합의문을 잊은 듯했다. ‘사정정국’ ‘재·보궐선거 정국’ 등을 이유로 법안 처리를 미루다가 4월 국회 마지막 날이 돼서야 겨우 쟁점법안 처리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본회의는 오후 2시에서 오후 8시로 한 차례 미뤄졌다. 그것도 오후 9시 5분에야 겨우 열렸다. 야당은 비(非)쟁점법안까지 반대토론에 나서며 의사진행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어렵사리 주공·토공 통합법안은 통과됐다. 하지만 여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 속에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인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가운데 은행법만 통과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금산분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두 법안이 다 필요한데도 은행법만 통과시키고 금융지주회사법은 부결시킨 것이다. 마감에 쫓기면서 결국 손 쓸 틈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처럼 법안 처리 시간이 부족한 바람에 당초 처리하기로 했던 58건의 법안 가운데 11건은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의원들은 막판 극적 타협을 이뤄내는 것을 ‘정치의 묘미’라고 일컫곤 한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본 국회 모습은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법은 여야 이견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현장이었다. 정작 민생 관련 법안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미루다가 막판에야 허겁지겁 주고받기 식으로 처리하는 구태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홍수영 정치부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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