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2회 국수전… 배수진을 무너뜨리다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흑 5를 보면 목진석 9단의 처절한 심정이 느껴진다. 안 될 걸 알면서도 온몸을 던져 부딪치고 있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지만 지금보다 나빠진들 달라질 게 없다.

백 6의 선수로 하변 흑은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다. 금방이라도 대마의 숨이 넘어갈 것 같다. 그러나 목 9단은 흑 9로 뚫는다. ‘하변 흑을 잡아봐라’라고 외치는 듯하다.

하지만 흑의 배수진에 물러설 이세돌 9단이 아니다. 이 9단은 백 10, 12로 흑을 잡으러 나선다. 흑은 어서 덤비라는 듯 13까지로 응수하는데 백은 살짝 병력을 돌린다. 긴장했던 흑은 백이 건드리기만 하고 빠지자 맥이 풀린다. 고수의 심리전이다. 배수진을 친 적에게 덥석 달려들지 않고 약만 올리며 기운을 빼는 것이다.

이 9단은 중앙 백 석 점을 흑에게 선선히 내주고 마침내 칼을 뽑아 백 22, 24로 하변 흑을 잡았다. 이 바꿔치기는 물론 백에게 큰 이득이다. 흑 27을 두는 목 9단의 손길이 빠르다. 이제 판을 정리하려고 한다. 승패가 결정됐으니 돌을 던질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다. 흑 27을 참고도 1로 치중하는 것은 백 8까지로 손쉽게 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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