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죠]올해 1월 현대건설 입사 이제인 씨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5분


국제감각으로 무장… ‘여자 - 나이’ 약점 다 깼어요

유창한 영어-스페인어에 국제대학원서 글로벌 안목 쌓아

현대건설 목표로 2년 준비

여자론 10년만에 해외파트 발령

올해 1월 현대건설에 신입사원으로 당당히 입사한 이제인 씨(27·여·해외영업본부 아프리카·미주·CIS팀)는 부서 배치 과정에서 회사 전체의 눈길을 끌었다. 여자 신입사원으로는 10년 만에 ‘출장’과 ‘험한 일’이 많은 부서로 꼽히는 해외영업본부로 발령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로서는 2년간 건설사 해외영업 파트를 목표로 준비해온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여자라서 쉽지 않아 보이는 메이저 건설사의 해외영업 부서에 입성한 비결을 묻자 이 씨는 “그 분야와 관련된 프로필을 체계적으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일과 건설업계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해 왔는지를 보여준 게 합격의 지름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학부 때부터 ‘글로벌 프로필’ 관리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수료한 이 씨는 학부 시절부터 기업의 해외업무에 관심이 많았다. 해외 근무를 오래 한 부모를 따라 미국 등에서 총 19년간 거주했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과 생활회화가 가능한 수준의 스페인어 실력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외 관련 인턴 경험을 쌓았다. 대학 3학년 때 외교통상부 중남미국에서 인턴을 했고 해외 근무 중인 부모를 찾아가 미국 국방부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2007년 국제대학원에 진학해 세부전공으로 국제협력을 선택하면서 이 씨는 기업 중에서도 건설사의 해외업무에 눈길을 돌리게 됐다. 그는 국제대학원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업무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또 이 작업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주체가 건설사들이라는 점도 깨달았다.

건설사의 해외사업 파트너는 대부분 해당 지역의 정부와 공공기관 관계자들이고 이들은 오랜 기간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함께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또 국제협력 전공자가 능력을 펼치기 적합한 분야라는 확신도 생겼다.

이 씨는 “국제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업 업무는 물론이고 공적인 업무까지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건설사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현황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얼마나 한국 건설업계, 나아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건설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현대건설에 대한 애정이 싹텄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역사, 사업 분야, 미래비전, 조직 구성 등에 대한 ‘연구’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

글로벌 프로필은 물론 현대건설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이 씨에게도 현대건설 입사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먼저 이 씨가 입사하려는 건설업계는 특성상 금융, 유통, 정보기술(IT) 등의 업종에 비해 여자 신입사원을 상대적으로 덜 뽑는 점이 첫 번째 문턱이었다. 이 씨의 동료 신입사원 290여 명 중 여자 사원은 23명(7.9%)뿐이다.

여자 신입사원치고는 나이가 많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 씨는 각종 인턴생활을 하느라 6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실제로 1차(부장급), 2차(임원급) 면접을 거치면서 ‘왜 이렇게 늦게 취업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 씨는 “나이가 많고 졸업이 늦은 건 분명 약점이지만 글로벌 프로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인 면접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알리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린 것 같다”며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이것을 짧은 시간 동안에 증명할 수 있는 준비가 안돼 있으면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씨는 적극성도 건설사에 입사하려면 꼭 필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현장 업무가 많은 건설사의 특성상 적극적인 성격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입사하면 해외 어느 곳에서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인사담당이 말하는 합격 요인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현대건설에서 활동하는 데 꼭 필요한 외국어 능력과 해외 거주 경험을 갖추고 있었음. 특히 원어민과의 대화에서도 전혀 막힘없는 수준의 영어 회화 능력이 돋보였음.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수료하면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키웠고 국제경제, 국제관계 등과 관련된 지식이 많았음. 또 이것을 자신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우수했음.

―입사 뒤 담당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분명했고 이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식이 뛰어났음.

―면접에서 현대건설의 역사, 사업추진 분야, 미래 비전, 조직 구성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음. 이런 정보를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주요 일간지의 기사, 회사 사보 등을 통해 오랫동안 파악해 온 적극성과 열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음.

현대건설은 어떤 회사

현대건설은 1947년 창립해 올해로 62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건설사 중 한 곳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매출 7조 원을 올렸고 창립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50여 개국에 진출해 총 6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는 13개국 57개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경영목표를 ‘변화와 창조, 새로운 성장’으로 설정한 현대건설은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성과를 보인 회사에 주는 ‘에이스 클럽 인증서’를 획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290여 명을 채용했고 2010년도 대졸 신입사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할 방침이다. 올해는 10, 11월경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전형 절차는 서류심사, 영어시험, 1차 면접(부장급), 2차 면접(임원급)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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