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명자]로켓 발사 이후, 비대칭성의 딜레마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북한이 로켓을 쏘아올린 날, 택시를 탔다. 기사 아저씨가 말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거니까 문제 삼을 수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요즘처럼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모두가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목소리를 내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역사적으로 액체연료의 로켓기술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장거리 미사일 V-1과 V-2로 위력을 발휘했다. 원자탄 개발에서 한발 뒤졌던 스탈린은 “대서양 횡단 로켓이야말로 트루먼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전술적 선택”이라 확신하고 전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열중한다. 그 결과 구소련은 1957년 ICBM 시험 발사 성공에 이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성사시킨다. 이 무렵 로켓 기술은 군사용 민수용의 구분이 없었고 북한의 기술수준이 이쯤에 해당한다.

이번 북한 로켓사태가 유감스러운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무기력하다는 것을 재확인시키고 우리 대북포용정책의 노력을 헛되이 만들었으며 지구촌 공동체 질서의 옳고 그름을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북한발 사태는 국제사회를 조롱하는 수준인데 그 해법은 마냥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무엇인가.

각국 계산 다른 6자회담 틀

로켓 발사 이후의 동향을 보면, 첫째 유엔 안보리의 견해 표명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2006년 사태 때와 유사한 비대칭성을 보이고 있다. 당시 안보리 결의 1718호는 중국의 주장을 반영한 완화된 조치였는데 이번에도 제5조를 놓고 부조화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 로켓 발사가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활동’이라는 미국 일본과 달리 중국 러시아는 ‘주권국가의 독자적 우주개발 권리’라고 본다. 그런데 이들이 바로 6자회담의 당사국들이다. 1718호는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이라는 틀’을 명시해 놨으나 이런 대립구도에서 북핵 관리에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이다. 각국이 자국의 외교안보적 이익, 국내 정치적 계산, 역사적 이념적 대북관계 등에 따라 대응하고 있으니 우리 외교력은 초능력이 돼야만 한다.

둘째, 국내 사정을 보면 이번 북한의 행동이 무리수라고 인정하면서도 한반도 안보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해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이 비대칭의 또 다른 한편에 위치한다. 우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본격 참여 여부가 현안이다. 1718호 작성에서도 PSI에 대한 주요국 반응은 엇갈렸다. 우리는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필요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참여폭을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로서는 이번 사태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는다는 핵심 기조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보고 ‘화물검색을 포함한 협력적 조치’ 등 PSI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1718호에 따른 대북제재에 대해 앞으로 국제사회가 어떤 대응책을 도출하게 될지 우리의 대응방안이 얼마나 갈등을 빚을지, 북한이 만든 시험대에 올라 있다.

셋째, 이번 사태는 ‘방위충분성 전력’ 확보라는 우리 국방 목표의 당위성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핵무기 생화학무기로 대표되는 비대칭 전력(戰力) 확충에 몰두해 왔고 앞으로 미사일에 핵무기 생화학무기를 탑재하게 된다면 우리의 재래식 군비 첨단화가 무색하게 북한의 비대칭적 우위가 확고해진다. 이는 비단 우리 국방 목표의 딜레마일 뿐 아니라 열강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동북아의 국가들에 군비확충의 명분을 주고 전력증강 경쟁을 촉발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 확실하다. 이것이 안보 위협의 핵심이다.

제재 강화냐, 협상 노력 倍加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이해 못할 한국 사람은 없다. 문제는 오늘의 사태까지 빚어낸 북한의 행동에 대해 언제까지 계속 위협과 재앙을 키울 것인가의 물음에 진일보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짤막한 논평이 실렸다. ‘아이가 떼를 쓰면 내버려둘지 타일러야 할지 부모로서는 딜레마’인데 북한에 ‘제재를 강화할지 협상노력을 배가할지, 둘 다 나쁜 옵션인데 후자가 덜 나쁘다’는 요지였다. 이처럼 제3자의 처지에서 말할 수 있게끔 북한이 우리와 별 상관없는 사이였더라면 하는 속절없는 생각이 든다.

김명자 객원논설위원·KAIST 초빙특훈교수 mjkim@gk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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