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희망편지]“가난- 장애 이긴 선생님처럼 될래요”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홀로 끼니를 때우던 요리사 지망생 최종욱 군(대구 관광고 3학년)이 ‘내일로 보내는 희망편지’를 통해 박효남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총주방장을 만난 뒤 밝게 웃고 있다. 31일 최 군이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대구의 한 요리학원에서 야채를 다듬고 있다. 최 군의 밝은 미소에서는 희망이 묻어난다. 대구=정용균 기자
홀로 끼니를 때우던 요리사 지망생 최종욱 군(대구 관광고 3학년)이 ‘내일로 보내는 희망편지’를 통해 박효남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총주방장을 만난 뒤 밝게 웃고 있다. 31일 최 군이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대구의 한 요리학원에서 야채를 다듬고 있다. 최 군의 밝은 미소에서는 희망이 묻어난다. 대구=정용균 기자
《삶은 가난해도 마음은 넉넉한 청소년들, 환경은 어려워도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이 꿈나무들이 마음속 ‘역할 모델’과 희망의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동아일보가 집배원이 되어 드립니다. 역경을 딛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봉에 오른 인사들의 편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긍정의 바이러스’가 될 것입니다.》

‘홀로 끼니 때우다보니…’ 요리사 꿈꾸는 최종욱 군

“가난 - 장애 이긴 선생님처럼 될래요”

안녕하세요.

저는 열아홉 살 최종욱이라고 합니다. 대구 관광고 호텔과 3학년이고 선생님처럼 호텔요리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제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별하신 뒤로 어머니와 지내면서부터였어요. 어머니가 바깥일을 하시느라 늦게 귀가하는 날이 많아 형과 저는 점심과 저녁을 손수 차려 먹었습니다.

형이 고학년이 되면서 저는 혼자 요리를 해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5학년 때 생일을 맞은 친구 집에 가서 요리를 해줬더니 너무 맛있다고들 했어요. 넌 꼭 요리사가 되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꿈은 요리사였어요.

중학교에 가면서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해보려 했는데 오른쪽 다리가 갑자기 아파왔어요. 의사선생님이 뼈를 잡아주는 근육이 약한 섬유이형증이라고 하시면서 아무리 수술이 잘돼도 호텔 요리사처럼 오래 서 있는 직업은 무리라고 하셨습니다.

“밤 12시까지 일하지만 꿈이 있어 행복”

집안 사정까지 어렵다 보니 꿈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버는 돈으론 월세 내고 생활비 쓰기도 빠듯한데, 요리학원 다니려면 재료비까지 한 달에 30만 원이 들어요. 그런데 장애를 극복하고 최연소 호텔 주방장이 되신 선생님의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요리사의 생명이 손가락인데 손가락 한 마디가 없는 장애를 딛고 특급호텔의 최연소 총주방장이 되셨다는데 제가 했던 걱정은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지만 다시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관광고에 입학했고, 한식과 양식 자격증을 땄습니다. 요리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있어요. 오후 4시 반에 학교가 끝나면 6시까지 할인마트로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요리 공부를 하고 잠을 자요. 낮에 졸리긴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박 선생님께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앞으로 양식을 전공하려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좋을까요. 빨리 좋은 요리사가 돼서 고생하는 어머니 호강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저는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호텔 주방을 단 하루만이라도 체험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일인 줄 알지만, 이렇게 부탁드려요.

▼ 서울힐튼호텔 박효남 총주방장 ▼

“난 지하철에서도 감자 깎는 연습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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