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자가 예산 낭비하는 것도 범죄다”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라디오연설에서 “탈세가 범죄이듯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라고 생각한다”면서 “더구나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횡령 금액의 두 배까지 물어내게 하고 예산집행에 실명제(實名制)를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복지지원금 착복 등 ‘나랏돈 빼먹기’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담겨 있다.

정부가 어제 확정한 28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집행할 때도 대통령이 밝힌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각국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도 재정 집행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은 불가피하다. 추경예산 편성이 늦어질수록 경기회복 효과가 줄어들고 민생의 고통은 커지는 만큼 국회는 신속히 추경예산안을 처리하고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 이때도 국민의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지 않도록 확실하게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추경예산은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만 ‘빨리빨리 집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낭비나 횡령의 우려가 적지 않다.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지갑의 돈을 꺼내 쓰는 마음가짐으로 예산을 다뤄 누수(漏水)를 최소화해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여겨 빼돌리는 사람이 있다면 공무원이든, 기업인이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일선 현장에서 살아나지 못한다면 아무리 옳은 말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2006년 공무원노조법 시행 이후 체결된 정부와 지자체 등의 공무원 단체협약에 예산 누수로 이어질 수 있는 독소 조항이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일부 기관은 노조활동을 위한 국내외 출장을 공무 출장으로 인정해 출장비를 지급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 보수나 노조 운영비 지급을 금지한 공무원노조법을 단체협약으로 유명무실하게 만든 기관도 있다. 법을 집행하는 공직사회가 사실상 법을 거스르는 단체협약을 만들어 세금을 낭비하는 일도 엄격히 말하면 범죄성이 있다. 국민은 공공부문의 불법·탈법 행위를 방치하는 정부를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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