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마이클 브린]한국홍보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최근 몇 개월에 걸쳐 국무총리를 포함한 한국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외신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의 경제 문제를 과장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나는 외신 보도가 정말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도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미디어의 전문적인 기자들을 비난하는 일은 민주주의 정부의 세련된 대응으로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 오히려 정부의 홍보 노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신 대응에 대한 몇 가지 조치가 취해졌다. 기획재정부의 실무 대응이 개선됐고 정부부처는 주요 발표를 할 때 외신도 포함시킨다. 지난주에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부위원장이 경제 현안에 대해 서울과 홍콩의 외국은행 이코노미스트와 국제 콘퍼런스 콜을 했다. 하지만 이는 수완 좋은 몇몇 공직자를 활용한 용병술로 여겨진다. 이들이 승진하거나 사임할 경우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홍보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내외신 미디어와의 소통 방안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이다.

무엇보다 태도의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째, 우리가 학교에서 교육받았듯이 세계가 한국을 가난하고 불쌍한 희생자로 보고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 강국이며 지도자들이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 세계는 한국에 대한 정직한 정보를 원하고 정부가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어 한다. 둘째, 우리는 사상과 논쟁의 시대에 산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주의는 정책과 설득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의 지도자도 언론으로부터 숨는 대신 나가서 설명하고 토론해야 한다(기업가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대중의 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언론의 의견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사회와 소통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 누군가가 당신과 반대 의견을 말한다고 비난하거나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당신은 당신의 견해를 설명하면 된다. 연설을 하고 칼럼을 쓰고 토론회에 참여하고 보도 자료를 배포하거나 기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견해를 전달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토론의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보와 의견이 관계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기자 사이의 어쩔 수 없는 긴장감은 술자리를 가진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성을 갖추고 서로 존중하며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장관들은 이런 일을 아랫사람에게 시키기보다는 직접 나서서 해야 한다. 우리는, 대중은 지도자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아랫사람이 일을 맡는 이유 중 하나는 고위 공직자가 수줍어하기 때문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직무에 대한 가혹한 평가와 특별한 이유 없는 경질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겁을 내게 만든다.

공직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누구도 홍보 부서에서 근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해당 부처에서는 뛰어난 인재이지만 홍보 업무에 대한 전문적 교육은 받지 못했다. 모두 똑똑하며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만 부정적인 신문 기사가 나면 그들의 책임인 양 불합리한 비판을 듣는다. 공직자들은 (국회의원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명료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도록 훈련 받았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1년 단위로 업무 평가를 받는 하위 공직자보다 상대적으로 평가 기간이 짧은 고위 공직자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이런 과제를 검토한다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용병술이 더욱 빛을 발하고 한국에 대한 외국의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회장 전 외신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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