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은기]한국야구서 희망을 봤다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한국 야구가 다시 희망을 쏘아 올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에서 일본을 꺾고 2회 연속 세계 4강에 진입했다. 3년 전 제1회 대회에서는 다크호스로 주목받았으나 이제는 세계 정상권으로 인정받게 된 점이 큰 수확이다. 한국 야구의 세계 4강 진출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5승 1패를 기록하고 있고 1회 대회를 포함하면 참가 16개국 중 최고의 승률이다. 2회 연속 4강 진출의 과정과 결과에서 커다란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첫째는 합심의 힘이다. 선수 감독 응원단 국민성원이 하나가 되면 신화가 탄생한다. 우리 팀 선수의 연봉 총액은 일본 선수의 17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의 사기와 팀워크는 일본을 압도했다. 김인식 감독은 선수 하나하나에게 신뢰를 보냈고 힘을 실었다. 응원단은 샌디에이고 구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과시했고 국민의 성원은 하늘을 찔렀다. 이번 승리는 합심의 위대함을 다시 입증했다.

둘째는 자신감과 당당함의 힘이다. 일본에 콜드게임으로 패했을 때도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과거와는 달리 국민도 ‘괜찮아!’라고 했다. 역전의 기회가 다시 있음을 알고 선수의 실력을 믿었으며 한국의 저력을 믿었다. 선진 강대국만 만나면 주눅 들고 실패나 실수 한 번만 해도 침통함에 빠져들던 데 비하면 엄청난 성숙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헝그리 세대가 아니라 당당함의 세대라는 점을 다시 보여주었다.

셋째는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강하다. 이용규 선수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항상 큰 대회에서 한국의 집중력이 다른 팀보다 높다는 것을 세계에 알려 기쁘다.” 우리는 위기극복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의 DNA를 갖고 있다. 5000년의 역사가 위기 극복의 역사였기에 형성된 자산이다. 박세리 최경주 김연아 선수도 역전에 강하다. 공이 연못에 빠져도 맨발투혼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벙커에 빠진 공을 혼신의 샷으로 컵에 집어넣어 역전시키고 엉덩방아를 찧고도 침착하게 역전승을 이끌어낸다. 역전의 드라마는 더 황홀하다.

넷째는 매력적인 지도자의 힘이다. 김 감독은 한국야구 최고의 덕장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입증했듯이 위기 때마다 승부수를 건 용병술은 빈틈이 없다. 우리는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좋아한다. 지도자가 신뢰를 보내면 목숨을 걸고 일하고 지도자가 칭찬하면 온몸을 던진다. 역량 있는 지도자가 자세를 낮추면 마음으로 감동한다. 김 감독은 WBC 4강 진출을 이끌면서 우리가 원하는 리더십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야구는 기술이라는 표현이 있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고 선수 각자의 세기(細技)가 좋아야 하며 공격과 수비의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야구는 전략이라는 표현도 있다. 상대방의 강약점과 작전을 잘 읽어서 작전과 용병술을 구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WBC 4강 진출을 보면서 “야구는 희망이다”라고 소리쳤다. 사상 최악의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은 희망의 빛이 필요하다. 나는 희망의 빛을 이번에 확인했기에 2회 연속 4강 진출이나 라이벌 일본 격파라는 의미를 뛰어넘는 기쁨을 느낀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마찬가지로 끝없는 경제위기도 있을 수 없다. 멀리 보고 당당하게, 위기극복의 자신감을 갖고 합심한다면 경제적 정치적 위기상황도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 김 감독의 차분한 얼굴, 선수의 당당한 몸짓, 응원단의 신바람 나는 함성에서 희망의 DNA를 읽는다. 우승을 하면 더 좋고 못해도 괜찮다. 이미 우리 야구단은 국민에게 위기 극복의 희망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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