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신용 7등급 안되는 서민에게도 대출 문이 활짝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2분


은행권, 연리 10%대로 1000만~2000만원 신용대출

고리 부채 쓰는 서민들 위한 ‘갈아타기 대출’ 상품도

《서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A 씨(45)는 얼마 전까지 한 달에 50만 원 이상을 대출 이자로 냈다. 지난해 운영 자금으로 대부업체에서 연 48.9%의 금리로 목돈을 빌린 게 화근이었다. 경기 침체로 벌이가 시원치 않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 그는 지난해 12월 도입된 전환대출(환승론)의 문을 두드렸다. C 씨는 심사를 거쳐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기금의 보증을 받아 연 20%대의 시중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 한 달 이자가 20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 C 씨는 “이자 부담이 줄면서 소득을 통해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다시 설 수 있다는 희망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

불황의 그늘 속에서 고(高)금리 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과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低)신용 계층을 위한 서민 대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직이나 매출 감소로 소득이 줄면서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를 저금리로

소득은 있지만 고금리 이자를 내고 있다면 환승론을 통해 낮은 금리의 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다.

지난해 9월 이전에 대부업체 등에서 3000만 원 이하의 자금을 연 30% 이상의 고금리로 빌린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는 환승론을 이용하면 20% 내외의 저금리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신용회복기금의 보증을 받아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6곳에서 환승론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용회복기금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정한 소득이 있고 최근 6개월간 25일 이상 연체 없이 대출을 정상 상환하고 있다면 지원이 가능하다. 다만 대출이 소득보다 지나치게 많으면 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전세보증금은 역전세 대출로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기 어려운 집주인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아 최고 1억 원까지 빌려주는 ‘역전세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외환은행은 10일부터 ‘Yes 역전세 자금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9억 원 미만의 주택 한 채에 5000만 원, 1인당 최고 1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전세 보증금의 30%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대출 기간은 2년이지만 최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대출금리는 대출신청금액, 신용등급 및 거래실적에 따라 다르다. 10일 기준으로 최저 4.76%까지 가능하다. 이 밖에 우리 기업 신한은행도 역전세보증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므로 은행별로 조건이 비슷하다. 다만 금리는 각 은행이 정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서민도 우대 금리 적용

고액자산가에게 주어지던 우대 금리가 서민 대상 금융상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서민들의 소액 예금을 우대해주는 ‘서민 섬김 통장’을 내놨다. 연 4.0%의 기본 금리에 최초 거래 고객에게는 0.3%포인트, 급여 이체나 다른 금융상품에 함께 가입하면 최고 0.3%포인트 등 최고 0.6%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준다. 1년 만기 상품의 신규 가입 고객이 최고 연 4.6%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적립식 ‘서민 섬김 통장’ 가입 고객이 계약 기간의 3분의 1 이상을 정상적으로 납입하면 계약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립 금액의 1.5∼2배의 금액을 대출 받을 수 있다. 대출 뒤에 적금을 납입하면 납입액과 연계해 대출금리가 자동 인하되는 것도 장점이다.

○은행 신용대출 문턱도 낮아져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가 은행에서 10%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도 넓어진다. 현재 부산과 전북은행이 지역 내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000만 원 이하를 연 13.9∼19.9%의 금리로 신용대출해주고 있다.

우리은행도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의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500만∼2000만 원 신용대출해주는 ‘우리 이웃사랑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앞으로 10%대 금리의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이 국민 기업 신한 하나은행 등 14개 은행으로 확대된다. 국민은행은 이달 ‘무보증행복드림론’, 신한은행은 다음 달 ‘신한희망대출’ 등 연 15%의 금리로 1500만 원 이하의 자금을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해주는 상품을 내놓는다.

신협은 노점상 등 무등록 사업자나 신용등급이 9등급 이하의 사업자에 대해 지역신용보증의 보증을 받아 연 7.3%의 금리로 최대 500만 원까지 신용대출해준다. 농협도 생계형 무등록 사업자를 대상으로 500만 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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