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큰일을 하려면, 하지 않는 바가 있어야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 정조의 편지글 중 ‘有所不爲’ 표현이 현대의 리더에게 던지는 교훈은

최근 정조의 편지가 300여 통이나 공개돼 세간의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특히 그 편지들이 그동안 정조의 정적(政敵)으로 알려졌던 노론 벽파의 영수(領袖) 심환지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정조의 편지는 심환지보다는 개혁을 지지한 시파의 영수 채제공에게 더 많이 갔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정조가 채제공에게 보낸 편지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이 곱씹어봐야 할 교훈이 숨어 있다.

○ 채제공의 변함없는 기상

정조는 채제공을 유난히 신뢰했다. 이는 1795년(정조 20년) 정월 채제공이 우의정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직 상소를 올리자 정조가 내린 비답(批答)에도 드러난다.

“내가 경에게서 취하고 싶은 것은 기상이다. 좌절되지도 않고 녹아 없어지지도 않아(不挫不삭) 뜻을 펴지 못했을 때에도 여전하였고(屈旣如之), 드날리게 되었을 때에도 똑같기만 했다(양亦然矣). 조정에 있을 때나 향리에 있을 때나 그 기개가 바뀐 적이 있었던가.(중략)

장수가 모두 용감한 나라도 없고, 군사가 모두 용감한 군대도 없다. 따라서 별안간 갑작스럽게 비상을 걸어 징과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지르면서 성지(城池)를 공격하게 하는 일은 꼭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기상을 일깨워 사람들 모두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알게 해야 한다. 경은 즉시 마음을 바꿔먹고 이 시대를 생각해 나를 돕도록 하라.” (정조실록 19년 1월 28일자)

정조의 비답은 채제공이 변함없는 기상으로 조정 중신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기상을 일깨우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변함없는 기상의 소유자인 채제공이 전면에 나서줘야 개혁 정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하지 않는 바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하지 않는 바가 있어야 한다(有所不爲)’란 구절이다. 이 말은 맹자의 “사람은 하지 않는 것이 있은 뒤에야 큰일을 할 수 있다(人有不爲也而後 可以有爲)”는 말에서 유래했다. 여기에는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다 하려는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힘이 빠져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칠 수 있다’는 중요한 통찰이 담겨 있다. 또 일이든 재물이든 간에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난다는 자경(自警)의 뜻도 있다.

정조는 “서두름 속에서 어떤 일이든 어그러지지 않을 것이며, 탐욕 속에서 어찌 폐단이 나오지 않겠는가”라며 “평생에 하지 않는 것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홍재전서 제172권, 일득록)

많은 리더들이 권력을 잡은 후 의욕적으로 수십 개의 개혁 목표를 제시하고 일을 벌이다 용두사미로 끝내는 것을 자주 본다. 하지만 진정으로 성공한 개혁가들은 조직의 힘을 모으고 길러서 정말 중요한 한두 가지 일에 전력을 투자한 사람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대부는 하지 않는 바가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국사(國事)를 처리할 수 있다(士大夫有有所不爲 然後方可以做國事)”는 정조의 말은 현대의 리더들에게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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