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조수진]“경관 폭행자 파악…”시민단체 같은 민주당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 참사 추모집회에서 경찰관 10여 명이 시위대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고 무전기와 지갑까지 뺏겼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일절 침묵하고 있다.

8일 민주당은 두 차례 대변인 브리핑을 했지만 이 사건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과 정부 여당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비판했을 뿐 용산 시위대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기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노영민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정도면 대변인 성명이라도 나올 법한데도 민주당이 침묵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노 대변인은 통화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고 무전기와 지갑을 빼앗은 행위는 분명히 잘못됐지만 가해자가 용산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소속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민주당의 생각은 “신용카드를 쓴 사람을 시위대로 몰고 가는 것은 이르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용산 범대위와 하등 다를 게 없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백주 대낮에, 그것도 국회 안에서 폭행을 당했을 때도 민주당은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부산 동의대 사건에 대한 재심(再審)을 추진하는 법안을 마련하다가 국회의원이 법안의 이해 당사자로부터 국회 본청에서 폭행당했지만 민주당은 잠자코 있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개탄한 다음에 법무부 장관이 국회폭력 사건에 대한 구속 수사 방침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법무부 장관의 과잉 충성”이라는 논평을 내놓는 데 그쳤다.

공권력과 법치에 대한 도전, 국회의원에 대한 신체적 위해는 여당이라고, 또 야당이라고 해서 달라질 문제가 아니다. 보수나 진보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당내에서도 이 같은 침묵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란 중대한 사태에 대해 시민단체와 결을 같이하는 것을 ‘선명 야당’의 태도라고 여기는 것은 대단히 큰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는 내 편’이라는 생각으로 이들의 폭력사태를 감싸기만 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야당이 되기 어렵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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