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브랜드엔 아티스트의 색깔 묻어나야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이 기사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9호(3월 15일자)의 ‘New Wave Spotter’ 인터뷰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New Wave Spotter’는 문화·예술·사회 각 분야의 트렌드 리더들에게서 미래 트렌드와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 등을 들어 보는 시리즈 기사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조한상 선임연구원이 인터뷰에 함께 참여했다. 편집자》

[DBR 인터뷰] 메이크업 브랜드 ‘루나’ 이끄는 조성아 씨

“내가 파는 것은 화장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조성아. 국내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길을 연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유명 뷰티살롱 ‘앳폼 조성아’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

유명 스타와 사회 명사는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쳐 갔으며 한국 여성이라면 한 번쯤 그의 화장법을 따라해 볼 정도로 메이크업 분야에서 그의 존재감은 확고하다.

후발주자들이 주목을 받으며 명성이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조성아 루나’를 내놓으며 “역시 조성아”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조성아 루나’는 2006년 9월 시장에 나온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액 700억 원을 넘어섰으며 대만, 홍콩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제안으로 조만간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입니다.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출발해 앞으로 영원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남고 싶습니다.” DBR는 최근 청담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아티스트로서의 경영 및 브랜드 철학, 미래 트렌드 등을 들어 봤다.

―어떻게 화장품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됐나.

“나는 18년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그런데 유명 연예인이나 소위 상위 1%의 소수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티스트로서 한계에 부닥쳤다.

이때 불특정 다수인 대중에게 눈을 돌려 무궁무진한 기회를 새로 찾았다. 대중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을 전달하고,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의식을 전달하는 멘터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얻었다.

이런 꿈을 구체화해서 내놓은 게 루나다. 루나는 아티스트 브랜드다. 아티스트 브랜드에는 아티스트의 색깔과 철학,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창의성)가 녹아 있어야 한다.

나는 루나의 유통망으로 홈쇼핑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방송에 출연해 고객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비자가 가려워하는 부분의 정보를 전달한다. 루나 제품과 도구를 이용해 어떻게 화장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일반 화장품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품을 던져주고 알아서 화장하라고 하는 반면 루나는 고객이 쉽고 편하게 화장할 수 있도록 18년간 쌓은 나의 메이크업 노하우를 전해준다.

루나는 화장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노하우와 콘셉트를 파는 브랜드다. 브랜드 철학과 마케팅 전략 등에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성공적으로 화장품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는 아티스트로서 최근 경영환경 변화에 직면한 국내 기업에 조언을 해 준다면….

“나는 화장품 비즈니스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이제 해당 카테고리의 상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팔아야 할 때다. 이런 면에서 아티스트를 적극 기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아티스트는 새로운 정신을 이끌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멘터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아티스트를 영입해 그들의 철학과 방향성, 기술적 노하우를 재가공함으로써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기업과 아티스트 간의 프로젝트 성패 여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 진정성에 달려 있다. 어디에든 아티스트의 색깔이 묻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은 아티스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야 한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트렌드는 무엇인가.

“자각(自覺)이다. 스스로 ‘나’를 알아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잊고 급박하게 살았다. 하지만 이제 나를 찾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과거에 없던 나를 알아 가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 손수제작물(UCC)의 유행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만들어져 나오는 상품, 서비스 대신 직접 만들고 변형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상품이 각광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소비자 스스로 조합하거나 섞어 쓰는 제품이 뜰 것이다.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점이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 나를 알고, 나를 챙기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따라서 자각이라는 메가트렌드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다양성’의 트렌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당신만의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나 자신을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고 나아가 직원 개개인을 브랜드화하는 게 나만의 경영 철학이다.

나는 진화론을 믿는다. 진화는 예상할 수 없는 변화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자질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브랜드화해야 한다.

두 번째 경영 철학은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사람들의 의식을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기에 사람들은 몸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생각으로 산다. 요즘 광고에 ‘내 맘대로’ ‘생각대로’라는 말이 상당히 많이 쓰인다.

그런데 생각을 이끌 수 있는 것이 의식이다. 의식은 수많은 생각 가운데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해서 걸러진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의식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리더라면 대중의 수많은 생각 가운데 긍정적인 면을 건져 낼 수 있어야 한다.”

―국내 CEO들의 옷 입는 스타일이 모두 비슷하다. 전문가로서 이에 대해 조언한다면….

“지금 CEO들에게 스타일을 조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즐기는 법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스스로 즐길 수 있다면 백구두에 하얀 양복을 입어도 멋있게 보인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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