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2009 샛별]<2>펜싱 국가대표 막내 홍서인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황태훈 기자
황태훈 기자
“저는 독해요. 지는 거 정말 싫어해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때는 여느 여대생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입을 열자 카랑카랑 쇳소리가 났다. 눈빛도 매서웠다. “한번 붙으면 끝장을 봐야 한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펜싱 플뢰레 국가대표에 처음 선발된 홍서인(21·한국체대2). 2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한국체대에서 그를 만났다.

홍서인은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홍콩 첫 전지훈련에서 여자 플뢰레 팀원 6명 가운데 막내였던 그는 선배들로부터 한없는 내리사랑을 받았다. 중경고, 한국체대 4년 선배인 전희숙(25·서울시청)과는 같은 방을 쓰며 친자매처럼 친해졌다.

그럼에도 그는 승부의 세계와 선후배 관계는 별개라고 했다.

“냉정히 말해 대표팀 선배들도 경쟁자예요. 국제대회 플뢰레 단체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팀에서 4등 안에 들어야 하니까요.”

홍서인은 서울 덕원중 2학년 때 펜싱에 입문했다. 검으로 찌르고 베는 게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축구 요가 헬스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일까. 홍서인의 검객 본능은 2개월 만에 반짝반짝 빛났다. 서울시장배 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다.

중경고 1학년 때 전국체전 우승을 비롯해 플뢰레 개인 및 단체전을 10여 차례나 석권했다. 올해 2월 주니어 대표가 된 뒤 10개월 만에 국가대표가 됐다.

“펜싱은 머리를 써서 하는 운동이에요. 상대방의 생각을 먼저 읽어야 하죠. 순간적으로 상대의 틈새를 공략한 게 들어맞았을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답니다.”

홍서인은 겨울방학을 태릉선수촌에서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트랙을 달리고 몸을 푸는 과정은 고달프다. 하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 참고 또 참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임을 그는 알고 있다.

홍서인의 목표는 베이징 올림픽 펜싱 플뢰레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남현희(28·서울시청·세계랭킹 2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현희 언니는 빠르고 정확한 검객이에요. 존경할 만한 선배죠. 하지만 저는 현희 언니보다 더 빨리 세계 정상에 오르고 싶어요.”

홍서인은 선수 생활 중에도 전공(체육학) 평균 학점 B+를 받는 우등생이다. 영어 공부도 열심이다. 훗날 교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아직 어리지만 무엇이든 잘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욕심 많은 검객이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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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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