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수학의 힘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숫자나 수학(數學)이 소재가 되는 게 무슨 메가트렌드 같다. 영화 ‘쥐라기공원’의 카오스이론은 고전에 속한다. 정육면체 방에서의 생존게임을 다룬 ‘큐브’는 관객의 수학적 두뇌를 시험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수학 천재들의 도박게임을 다룬 영화 ‘21’에서는 유명한 수학 퍼즐인 몬티홀 문제가 등장한다. 파퓰러 사이언스지가 2007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4대 방송 황금시간대에 수학과 과학을 주제로 다룬 인기드라마가 최소한 15편 방영됐다고 한다.

▷플라톤은 ‘신은 기하학자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수학을 찬미했다. 수학이란 학문이 갖는 추상적 사고와 명징한 논리는 인류문명 건설의 토대가 됐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돌 두 개와 양 두 마리에서 2라는 공통점을 알게 됐을 때 문명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수학은 장막 뒤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금융, 정보기술(IT), 마케팅 등 많은 분야에서 수학이 활용된다.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파생상품도 수학자들이 고안했다.

▷수학이 까다롭고 비실용적 학문으로 인식되면서 교과과정에서 외면받기 시작한 것은 비극이다. 2001년 초당적 기구였던 미국안보위원회는 국가안보의 두 번째 위협요소로 ‘수학교육 소홀’을 들었다. 첫 번째 위협은 테러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전 회장은 2007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다른 나라에서라도 수학과 과학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미국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중퇴했지만 하버드대를 다닐 때 수학을 전공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2년 대학입시부터 고교 인문계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시험에도 미적분과 통계를 넣기로 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좋은 결정이다. 지금 중장년 세대는 인문계도 미적분을 배웠는데 요즘은 자연계조차 선택하지 않으면 안 배운다고 한다. 홍익대 박경미 교수는 미적분을 ‘수학의 맥가이버’라고 이름 붙였다. 우주이론에서 원자의 움직임까지, 일기예보에서 물가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수학의 힘’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안다면 수학교육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수학은 학문의 여왕’이라 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