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美바닥다지기 조치 속도 빠르다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2시 59분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미국의 경기하락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2007년 12월에 미국이 경제활동의 정점을 기록함에 따라 2001년 11월부터 73개월간 지속되었던 경기 확장국면이 끝났음을 공식화했다. 따라서 올 12월 현재 12개월간 경기침체(recession)가 진행 중인 셈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3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베이지 북)에 따르면 10월 중순 이후 미국의 모든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이 감소하였고 제조업 활동도 위축되었으며 수출도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 관련 지표는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6.7%로 199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11월 실직자는 53만3000명으로 1974년 이후 34년 만에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감소한 일자리는 191만 개에 달하며 11개월 연속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향후에도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 산업의 경우 이미 수많은 대형 금융회사의 파산 및 합병 등으로 일자리가 크게 감소한 데다 살아남은 금융회사들도 대규모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파산 위기에 몰려 있는 자동차 3사도 철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장기화되는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유통업 및 서비스업 등도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 경제는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점진적인 회복조차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1930년대 대공황 때의 경제 상황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대공황 당시에는 실업률이 25% 이상으로 치솟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전체 은행 가운데 3분의 1이 파산해서 사라졌고 주가지수는 최고치 대비 90% 이상 급락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가 어렵기는 하지만 역사상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고용 관련 지표가 경기후행의 성격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기가 현재 바닥을 다지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12개월 연속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과거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이어진 16개월 연속 경기침체 기록을 경신하더라도 2009년에 경기 바닥을 탈출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각국 정책 당국이 긴밀한 공조 아래 금융시스템 복원 및 경기 부양을 위해 강도 높은 조치들을 취하고 있어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앞당겨질 여지가 크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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