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가슴 따뜻한 검사님 덕에…”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정신지체 아들 행인밀어 중상 담당검사 중재 처벌면해 감사”

60대 노모 검찰총장에 편지 써

“100kg이 넘는 정신지체장애인 아들을 둔 제가 ‘죄인’입니다…평생 마음에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신모(65·여) 씨는 얼마 전 임채진 검찰총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신 씨에겐 정신지체 1급인 아들 김성태(28·가명) 씨가 있다. 정신연령이 4세 수준인 성태 씨는 몸무게가 100kg이 넘게 나간다.

국립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던 성태 씨가 앞을 지나던 이모(66·여) 씨의 하얗게 센 머리를 보고 흥분해 이 씨를 밀어버렸다. 이 사고로 이 씨는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고 치료비 등 합의금으로 1200만 원을 요구했다.

월 60만 원으로 살아가던 신 씨에게 그 돈은 너무나 큰 액수였다. 일용직 노동을 하는 남편은 고혈압 등 지병을 앓고 있어 3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이 씨 측이 합의금을 500만 원으로 줄여주었다. 그러나 평소 몸이 약한 신 씨가 병으로 쓰러졌고 어쩔 수 없이 그 돈을 수술비로 써버렸다.

반 년 넘게 합의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이 씨는 신 씨 측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 상황에서 신 씨를 구해준 건 사건을 맡은 서울 동부지검 조종태 검사.

조 검사는 신 씨 측 사정을 전해 듣고 지검 내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원센터는 신 씨에게 합의금으로 200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신 씨가 여유 있을 때 갚을 수 있도록 중재까지 섰다.

조 검사는 “사정이 너무 딱해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사건 담당자로서 직접 도와주기는 힘들어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결국 가해자로 고소당한 사람이 피해자 지원을 받게 됐다”며 웃었다.

신 씨는 “풍족할 때 쌀 한 말은 하찮은 것이지만 보릿고개에 살 한 톨은 온 가족 목숨도 구할 수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드릴 것이 없어 이렇게 편지를 쓴 것”이라며 감사의 눈물을 보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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