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인사이트]불황기 내집마련 선택 기준은?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외환위기 당시 못지않게 주택경기가 부진하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를 대부분 해제했지만 아직 시장은 그대로다. 이처럼 불황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아파트를 선호할까.

불황기 소비자들은 소득 감소에 따라 주거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일단 신규 주택구입은 연기하고, 이사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꼭 집을 옮겨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집 크기를 줄여서 이사를 한다. 또 금융비용이 과다한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이자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아파트를 고르는 세부 기준도 경기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주변 여건보다는 가격이나 교통 편리성을 선호하는 것이다. 심지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고유가에 따른 교통비 부담으로 교통이 얼마나 편리한지가 집값보다도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만약 같은 지역, 같은 가격대라면 교통이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는 것이다.

주택 내부 구조를 보는 기준도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평소에는 첨단 설비가 얼마나 있는지, 마감재가 얼마나 고급인지에 관심이 쏠리지만 불황 때는 내부 마감을 얼마나 튼튼히 했는지를 본다. 시공품질을 중시하는 것이다. 경제성이 아파트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셈.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최근 새로 분양하는 주택에 대한 청약률이 매우 낮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요자들의 청약 의사가 낮은 상황이다.

이는 고분양가와 금융비용 증가, 경제 불안이 겹친 결과다. 아파트 청약 열기가 다소나마 살아나는 국면은 경제 불안이 해소되고 분양가격 및 금융비용이 떨어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신규 분양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과 달리 기존 주택에 대한 관심도는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규제 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기존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매매가가 많이 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의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일부 소비자가 가격 하락기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보기 때문이다. 아파트 크기를 넓혀 이사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소비자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변화는 이처럼 불황기에 나타난 독특한 현상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현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불황 자체가 길어질 수 있는 데다 주거가치가 경제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변화돼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남향이 주택 선택의 아주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요즘은 좋은 조망이 남향보다 각광받는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주택 가치가 조망이나 건축형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가 주택의 향보다 조망을 중시하고, 성냥갑 모양의 판상형보다 타워형을 더 선호하는 것처럼 최근 부각된 불황기 아파트 선호 양상이 앞으로 아파트 선택 시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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