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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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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및 지방정부와 공공기관들은 연말이 되면 불용예산을 쓸 궁리를 하느라 이른바 ‘12월의 열병(熱病·December fever)’을 앓는다. 감사원에 적발되거나 정부 예산낭비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연말 예산 낭비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는 2004년 12월 14일부터 보름 사이에 132만 원짜리 옷걸이를 비롯해 50건의 가구 및 사무기기 구입에 7억3700만 원을 썼다.
예산을 절약해 남기면 다음 해 예산 편성 때 그만큼 삭감당하고 “무능하다”는 소리나 듣는 공직사회 분위기에서 누구도 아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연말마다 벌어지는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 불요불급한 장비 구입, 외유성 해외출장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공직자들의 의식과 예산 제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증거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올해 한국 공공부문의 청렴도도 180개국 중 40위로 경제규모 순위에 비해 크게 뒤졌다.
정부가 9월 ‘연말 예산 몰아쓰기 근절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니 올해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쓰고 남은 예산을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있게 하거나 새해 예산 편성 때 인센티브 재원(財源)으로 이용하고, 재정관리점검단을 만들어 연말 예산집행 실태를 집중 점검하기로 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경제위기로 정부가 써야 할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충분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국가 채무는 30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3%가 넘는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정말 필요한 곳에 써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차제에 예산 편성과 집행의 관행 및 제도를 근본적으로 점검해 ‘12월의 열병’을 근절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의식개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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