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위기 탈출’ 예산 심의, 의원들 舊態 버려야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2시 59분


금융위기의 충격이 실물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물 침체는 뾰족한 대책도 없다. 올 3분기(7∼9월) 전기 대비 실질국내총생산 증가율이 4년 만에 최저인 0.6%로 나오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대폭 내렸고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 확대로 대응할 계획이지만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밝힌 내년 예산 증액 규모는 5조∼7조 원이다. 당초 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6조5000억 원(4.5%) 많은 273조8000억 원으로 잡았는데 이를 280조 원 안팎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가로 돈이 나올 데가 없다. 예산안을 짤 때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5% 내외로 잡았지만 나라 안팎에서 3%대 성장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국세 수입을 정부 전망치보다 1조2633억 원 줄여 잡았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액을 7조3000억 원에서 15조 원 정도로 늘려 충당할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국가가 빚을 더 져가며 짜는 예산을 한 푼이라도 헛되게 써서는 안 된다. 11월부터 예산안 심의에 들어갈 국회는 혈세 낭비를 철저히 막는 ‘혈세 방어 국회’로 운영돼야 한다. 공공부문이 흥청망청 꺼내 쓴 국고(國庫)의 관리가 더 엄정해져야 한다. 쌀 직불금 파동에서 보듯이 신청만 하면 나오는 눈먼 돈의 지출도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예산정책처가 찾아낸 사례처럼 이미 배정된 예산을 70% 이상 쓰지 않은 사업에 요청된 3조 원은 삭감해야 한다.

새해 예산안을 놓고 졸속 심의, 나눠 먹기, 지역구 챙기기 등 나쁜 관행들이 다시 나타난다면 이는 경제 위기 속의 국민에게 대죄(大罪)를 짓는 일이다. 이한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정치인들이 ‘경기가 어려우니까 내년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나눠 먹기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결위원들은 지역이기주의를 버리고 국가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을 맞춰 예산안을 심의해야 한다.

요즘 서민들은 아파도 병원에도 못 간다. 모두가 지갑을 꼭 닫고 내핍에 들어갔다. 생계형 범죄도 늘고 있다. 국회가 ‘위기 탈출 예산’ 심의로라도 국민의 고통을 덜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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