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세형]“외국인범죄 방치하다 유럽꼴 날라”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이탈리아와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하고 외국인에게 무척 개방적입니다. 그런데도 최근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집시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늘면서 사회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반발감과 적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에서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교민 K 씨. 얼마 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외국인 범죄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나라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는 “점점 ‘다민족 사회’가 되어가는 한국도 늦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선 불법 체류자 등 외국인 범죄가 이미 전체 범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올여름 이탈리아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집시들의 지문 채취 법안을 놓고 범죄 예방인지, 인종 차별인지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도 외국인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4년도 8818건이던 외국인 범죄는 지난해 1만4108건으로 6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폭행은 57건에서 115건으로 2배, 지능범은 1660건에서 4536건으로 2.7배, 마약류도 102건에서 162건으로 크게 늘었다. 범죄도 점점 더 조직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외사 경찰관은 1096명에 불과하다. 1인당 912.4명의 외국인을 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찰관 1인당 한국인은 510여 명이다.

관할 지역 내 외국인 거주자 수가 1만 명 이상 되는 경찰서는 전국에 16곳. 그러나 외국인 치안센터와 같은 특화된 시설을 갖춘 경찰서는 경기 안산단원경찰서가 유일하다. 효과적인 외국인 범죄 관리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K 씨는 “유럽의 지식인들 중에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외국인 범죄 관리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인 범죄가 계속 늘어났고 이로 인해 인종갈등이 야기됐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유럽보다 외국인에게 더욱 배타적인 한국은 더욱 빨리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둘러, 그러나 진지하게 우리 사회가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세형 사회부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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