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현대판 사기꾼 연금술사

  • 입력 2008년 10월 27일 19시 02분


종이로 달러를 만들 수 있다고 속인 '현대판 사기꾼 연금술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27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른바 '블랙 머니'로 달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10억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이모(52)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올해 7월 사업가 이모(65) 씨에게 접근해 "지폐 모양의 검은색 종이인 '블랙머니'를 특수기계에 통과시키면 달러로 바뀐다"고 속여 10여 명의 피해자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약 10억 원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스스로를 유엔 산하기관 총재,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소속 요원으로 행세했으며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을 압수해 관리하고 있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또 해외 조직책을 동원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에서 국제우편으로 위조달러를 밀수해 피해자들을 현혹시키기도 했다.

피해자 10여 명 중 3명은 법무사였고 광산업자, 소각로 사업자 등 개인 사업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법무사는 1억 원 이상의 개인 빚을 탕감시켜 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 등으로부터 1억 달러, 100만 달러,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30여 장과 외국 채권 28장, 블랙머니 5상자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사 피해자가 더 있는데 사회적 체면 때문에 일부러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면서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장부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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