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19 대책, ‘비 오는 날 우산’으로 충분한가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정부가 어제 국내 은행의 신규 대외채무에 대해 3년간 지급을 보증하고 달러화와 원화 공급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은행의 채무보증을 선언한 터에 우리 은행들만 정부의 채무보증을 받지 못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무차별적인 채무회수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의 패닉(심리적 공황)을 일정 부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동성이 공급됨에 따라 대외 금융거래에서는 당분간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지 못하면 그 효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기 쉽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표면화된 이후 여러 차례 시장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번번이 기대에 못 미쳐 그때마다 후속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고는 하지만 눈앞의 어려움만 넘기고 보려는 식으로 대처해 사태를 악화시킨 면이 있다. 세계적인 신용경색 장기화에 대비해 주요국들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내부의 교란 요인도 미리 점검해 추가 위기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16만 채를 넘는 미분양 아파트와 이에 따른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키워 금융권 전체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경기침체와 부동산 가격 폭락이 동시에 진행되면 5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재앙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번 주 나올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실물 경기의 급랭을 막을 실질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은행에 1조 원을 출자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여력을 12조 원 정도 늘리기로 했지만 대기업조차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판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중소기업들은 하루를 넘기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나마도 집행이 늦어지면 자금 융통이 급한 기업들은 숨이 넘어가버릴 수 있다.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정책 발표와 실행 간의 시차를 줄여야 한다. 정치권도 지급보증 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함으로써 위기 극복을 위해 정파를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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