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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8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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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미국발 금융 악재가 엄습하기 전에 우울한 상황이었다. 실물경제의 양축인 내수와 수출에서 내수 부진이 지속된 지 오래다. 고유가나 선진국 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처 다변화를 통해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인 8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가 7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경기가 둔화됐다. 이와 함께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 전월차가 9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했던가? 우리 경제가 내수 회복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위축으로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 여기에 원화가치 하락으로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가계 대출이나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이 우려되며 건설경기나 영세 자영업의 악화는 개선될 여지가 적어 보인다. 이런 국내 위험요인과 세계경기 둔화가 맞물린다면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나 복합불황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
국가적 위기를 목전에 준 지금, 아쉬운 대목이 곳곳에서 보인다.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최악으로 치닫고, 국제금융 상황에 대한 정보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정책 담당자의 발언이 혼선을 빚는 듯한 인상을 시장에 주자 우리 국민은 불안해한다. 여기에 경기 하락을 염두에 두지 못한 일부 기업의 무리한 확장도 이뤄졌다.
일부 노조는 기업이 적자가 나도 과도한 임금 인상이나 상여금 지급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일삼았다. 그리고 펀드에 돈만 넣으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일부 국민이 전혀 두려움 없이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서 시련의 일부는 이른바 ‘골디락스’ 시대가 지속되리라는 착각이 빚은 거품이 우리 기업과 노조 그리고 국민에게 생긴 결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금융위기나 세계경기 둔화는 선택사안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조건이고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상당 기간 겪어야 할 시련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고통을 분담해서 살길을 모색하고 현재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긴요한 국제금융정보를 분석하고 국내외 불안요인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며 외화와 원화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정부정책을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알리면서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하소연만 하지 말고 우리 경제가 직면한 현실과 정책을 국민과 함께 쌍방향으로 가감 없이 투명하게 소통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와 함께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지역과 분야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해외 자금이 국내에 들어오고 싶도록 기업 경영환경이나 투자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업도 문제가 있는 부분의 구조조정과 함께 국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저평가된 세계적인 금융기관을 인수할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일부 노조가 보여준, 내 잇속만 챙기는 모습에서 벗어나 솔선해서 고통을 분담하고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야 하며 국민도 정부를 믿고 힘을 보태줘야 한다.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정부, 기업, 노조 그리고 국민이 한마음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비온 뒤에 땅이 굳고 영롱한 무지개를 볼 수 있듯이, 오늘의 위기는 심한 시련이지만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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