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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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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R&D의 40%는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가 담당한다. 1960년대부터 철강 자동차 선박 통신 등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끈 중화학공업의 토대를 만들었던 출연연은 1990년대 이후 원천기술 개발에 도전해 큰 성과를 올렸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창조형 선도형 혁신모델 창출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직면해 있다.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출연연의 역할과 위상의 변화가 새롭게 요청된다. 미래를 위해 출연연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첫째, 미래 기초원천기술의 R&D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이 수행할 수 없지만 국가적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선점할 미래 기초원천기술 연구가 중요하다. 기업은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기술개발과 시장 창출이라는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대단위 연구를 진행하기가 어렵다. 인텔 같은 세계적 기업도 광컴퓨터나 스핀트로닉스 등 10년 이상 소요되는 고위험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출연연은 차세대 컴퓨팅, 인지과학 및 로봇, 고기능성 소재, 청정에너지 기술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R&D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연구기술 개발의 구심점이자 코디네이터가 돼야 한다. 출연연은 미래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가 소유한 모든 연구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원천형 연구의 허브로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대학과 여타 출연연, 산업체까지도 함께 연구하는 기반과 시설,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최근 새로운 첨단산업은 여러 원천기술의 결합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과 산업 창출을 연결하는 데 출연연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 출연연이 강력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여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네트워킹화하면 더욱 효과적인 원천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셋째, 미래를 위한 국가 어젠다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 출연연은 국가의 미래 어젠다를 해결할 과학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중장기적인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가의 안보와 안위는 물론 청정 환경 구축, 고령화사회 대책, 차세대 에너지와 대체에너지 확보 등 국가 의제적 과제에 도전하고 해결해야 한다.
또 기름 유출, 방화에 의한 문화재의 소실 등 인적재난과 자연재난, 조류독감과 광우병 사태 등 국가 사회적 현안을 출연연이 가진 연구자원을 적절하게 통합해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선도연구는 추격형 연구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대신 그 성과인 원천기술을 독점하는 특성이 있다. 선도연구를 위해선 무엇보다 실패를 용인하고 위험도 높은 연구를 장려하는 대형 연구체제와 문화를 확보해야 한다. 출연연은 선도형 연구를 위해 투자를 집중하고 기술을 창출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소별로 대표 분야를 정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세계적 탁월성연구센터로 육성해 나가는 비선형적 투자정책이 필요하다.
21세기의 핵심은 융합과 조화라 할 수 있다. 출연연은 분절된 연구 형태를 극복하고 비인접 학문 간의 통합, 융합연구를 활성화하며 국가 지식과 전문 인력의 저수조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출연연이 적극적이고 새로운 역할의 수행을 통해 국가 R&D의 핵심 허브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