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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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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이름 물어도 “알려줄수 없다” 사라져
“우리는 말없이 ‘착한 일’을 하는 그분을 ‘희망의 키다리 아저씨’라 부르죠.”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구민운동장에 10kg짜리 쌀 1000포대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운전석 옆에는 키다리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그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쌀을 공무원에게 맡긴 뒤 트럭을 타고 사라졌다.
해마다 추석 무렵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쌀 1만 kg(2000만 원 상당)을 대구 수성구에 내놓고 사라지는 한 독지가가 있어 화제다. 이 키다리 아저씨가 수성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6년 전 추석 무렵. 그는 당시 쌀 20kg짜리 500포대를 갖고 와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구청에 맡겼다. 담당 직원이 선행을 알리기 위해 주소와 이름 등을 물었으나 그는 한사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 뒤 그대로 사라졌다. 이때부터 그는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기 시작했다. 구청 공무원들이 명작동화에 등장하는 ‘키다리 아저씨’를 떠올리며 그에게 별명을 지어주었기 때문.
그는 89세의 고령으로, 평안남도가 고향이며 6·25전쟁 때 남한으로 피신해 대구에서 의류 도매상을 했다고 한다. 10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여생을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 관계자는 “7년째 사랑을 베푸는 그분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훈훈해진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