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전직 대통령도 말리는데 민주당은 왜 부추기나

  • 입력 2008년 6월 8일 22시 58분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그제 두 차례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의 촛불집회장을 찾아 시위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 당직자도 다수 참석했다. 민주당은 6·10항쟁 21주년인 10일에도 거당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회 안에서 ‘대의 정치’를 실현해야 할 공당이 아예 길거리에 나앉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양국 수출입 업자 간의 자율 규제를 통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입 금지 방안’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정상 간의 합의보다 더 확실한 약속이 어디 있는가. 재협상 형식만 취하지 않았지 실질적으로 재협상을 이끌어 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쇠고기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각과 청와대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포함한 민심수습책도 준비 중이다. 촛불시위대의 요구를 사실상 거의 모두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민생을 챙겨야 할 제1 야당도 이쯤에서 국회로 복귀하고 촛불집회도 만류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그 판에 뛰어들어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돗자리를 편 민주노동당과 어떻게 다른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제 “정권퇴진 주장은 헌정질서에 맞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에게 요구할 건 확실히 요구하되 국민의 뜻을 최대한 헤아려서 일하도록 잘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사모 정기총회에서 한 말이지만 민주당도 새겨들을 대목이 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장외 투쟁은 성공한 적이 없다”면서 등원(登院) 투쟁을 권유했는데도 못 들은 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데 민주당의 지지도가 답보상태인 이유를 알 만하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을 자임하고 손 대표가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헤아려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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