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내각-여당 심기일전과 쇄신을

  • 입력 2008년 5월 30일 23시 04분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민심 수습을 위해 6·4 재·보선 이후 대대적인 국정쇄신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주요 국정현안의 표류에 책임이 있는 장관의 교체를 비롯해 내각과 청와대 고위직의 인적 쇄신이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쇠고기 파동과 고유가 문제 같은 뜨거운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 지방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야권이 장외투쟁까지 선언한 정국은 분명 위기 국면이다.

10여 일 전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주례회동을 할 때만 해도 당-청의 인식은 한가롭기 그지없었다. 당초 ‘국민신뢰 회복방안’을 건의할 것이라던 여당은 ‘쇄신’이란 말도 꺼내지 않았고 청와대는 침묵을 지켰다. 민심의 온도를 재는 기능이 고장 났던 셈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20%대 초반의 지지율에서 보듯 민심이 급격히 이반(離反)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 과정도 안이했고 광우병 괴담을 퍼뜨린 ‘과학적 테러’ 세력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다. 인사 문제와 정책 혼선을 비롯해 인수위 때부터 지금까지 이 정부가 보여준 것들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이 깊어지면서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청와대건 내각이건 여당이건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만 받을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사람들이 촛불시위장을 비롯해 민생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봐야 한다. 어떤 민심이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듣고 느껴야 한다. 민심의 겉모습만 보고 땜질식 쇄신책을 내놓는다면 한 번 맞을 매를 두 번, 세 번 맞고 회복불능이 될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모두 대통령 뒤에 숨어 눈치나 살피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라도 국정 난맥과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국정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부터 결단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취임 100일을 1000일처럼 느끼는 국민이 많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내각, 한나라당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난국 타개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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