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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6일 2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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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올해 6월 미국 수출을 앞두고 제네시스 3.8L 기본형의 현지 판매가격을 3만2000달러(약 3104만 원) 선에서 최종 조율 중이라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뒤 나온 소비자 반응 가운데 하나다.
▶본보 4일자 B3면 참조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관련 기사에는 현대차를 비판하는 댓글이 1400여 건이나 달렸다. 국내에서 5280만 원에 파는 차를 미국에서는 그보다 40%나 싸게 내놓는 것은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것이라는 반발에서부터 현대차 불매 운동에 나서자는 비판까지 다양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올해 초만 해도 최소 3만5000달러 선을 생각했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불거진 현재 미국 내수 시장의 극심한 불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 상황을 도외시한 채 제네시스 가격만 ‘도전적’으로 책정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또 미국 내 판매를 책임진 현지 딜러들의 가격 인하 요청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 베테랑 미국 딜러는 “기존 현대차 이미지를 생각할 때 아무리 제네시스라도 3만2000달러 이상의 가격대로 승부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한미 양국의 세금 체계, 옵션상품의 장착 여부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격의 ‘단순 비교’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제네시스가 라이벌로 삼는 렉서스의 GS350은 미국에서는 4만4150달러(약 4283만 원)지만 한국에서는 이보다 3000만 원이 비싼 7310만 원에 팔린다.
하지만 많은 변수를 고려해도 현대차가 한국 시장에서 유독 ‘특별히 높은 가격대’를 책정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이 회사의 ‘이중 가격’에 대해서는 한국에서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믿고 국내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는 약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기업의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권익은 더 중요하다. 현대차가 한국에서 고가(高價) 정책을 통해 얻은 돈으로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빡빡한 영업이익도 보전하는 ‘오래된 관행’을 구조적으로 없애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조인직 산업부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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