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진호]남성대 골프장 軍-주민 쉼터로 존치를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학군장교 임관식에서 “오늘날 이만큼 자유와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된 데에는 군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군인이 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말로 그간 예비역과 현역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응어리가 봄눈 녹듯 풀렸다. 얼마 전까지 국군통수권자가 군 원로들에게 “총장, 장관을 하며 거들먹거리고”라고 막말을 하는가 하면 군 복무자를 “군대 가서 뺑뺑이 돌며 몇 년 썩고” 나온 사람들로 폄훼하는 등 군 전체를 모독하는 극단적 상황을 겪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월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으로 ‘송파거여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요약하면 송파거여지구 678만8000m²(205만 평)를 개발해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 발표 당시 군(예비역, 현역 포함)에서는 개발지역의 70%가 국방부 소유 토지인데 군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한국방어계획을 포함한 국가안보 문제를 아파트 가격 안정이라는 일시적 사회현상의 하위 개념으로 판단한 잘못된 정책으로 평가했다. 특히 이곳 주둔 ○○사는 전시 한국방어계획의 전략기동부대로 운용되는 주전투부대인데 현재 골프장으로 운용되는 녹지공간은 전시 전투지원 기지로 운용되도록 계획된 곳이다.

더구나 관련 부처 간 충분한 협조 없이 개발계획이 발표,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의 최정예 부대인 ○○사가 새 이전 용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겪은 수모는 군에 큰 상처를 안겨줬다.

송파신도시 개발계획을 보면 인구밀도 ha당 181명, 녹지율 22%, 용적률 214%로서, 판교신도시의 인구밀도 ha당 94명, 녹지율 37.4%, 용적률 159%에 비해 초과밀 개발이다. 서울 동남부의 극심한 교통난을 우려해 서울시도 개발계획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밀 도시를 계획하다 보니 기존 녹지공간으로 전시 전투근무지원 기지로 쓰여야 할 남성대 체력단련장 등에 초고층 아파트가 세워지도록 돼 있다. 남성대 군골프장은 일반 국가유공자를 포함해 정년퇴직한 예비역과 현역이 회원 대우를 받는 만남의 광장이다. 이곳 회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국가가 주는 혜택을 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휴식공간이다.

2007년 6월 발표한 동탄 제2신도시 개발계획은 신도시 중앙에 골프장이 있어 남북이 완전히 분리됐는데도 녹지공간 확보를 위해 골프장을 존치하도록 했다. 송파거여 지역은 환경 개선을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녹지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군 원로 및 현역군인의 휴식공간에 30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세워 남한산성의 유적지를 꼭 훼손해야 하는 건지 답답하다. 민간인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존치되고 군 체력단련장은 폐쇄되는 현실을 우리 군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송파신도시의 녹지율과 인구밀도를 판교신도시 또는 김포양촌(녹지율 30.6%), 양주옥정(녹지율 30.3%) 등 제2신도시 개념으로 재조정한다면 초과밀 해소로 인한 교통체계 및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남성대 골프장을 녹지공간으로 존치할 수 있게 돼 군의 사기와 복지를 증진할 수 있다. 물론 이 일대 주민들에게 공원 녹지로 병행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현재 송파거여 개발계획은 국토해양부의 개발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직 보상 등 이전 단계로,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해 관계기관의 재협조가 가능한 시점이다. 해당 기관은 잘못된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는 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음을 겸허히 수용해 재검토해 줄 것을 당부한다.

김진호 전 합동참모본부의장 예비역 육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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