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생]운동선수 전직훈련 도입, 제2의 삶 지원하자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전직 유명 야구선수의 비인간적 범죄가 커다란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억대 연봉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사회로 나온 뒤 살인범으로 추락하고 급기야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야구선수의 비극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 근저에는 일반인과는 달리 경력개발(Career Development)의 사각지대에 놓인 운동선수의 열악한 현실이 있다.

엘리트 체육의 기조가 워낙 강하다 보니 운동선수들은 명문 대학을 졸업해도 기초학력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는 그들이 사회에 나온 후 많은 고민과 콤플렉스의 원인이 된다. 스타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산을 축적하거나 유명도를 활용한 사업 기회를 마련하기도 힘들다.

일반 직장인으로 취직하기도 쉽지 않다. 극소수의 스타플레이어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기본적인 능력개발도 못하고, 나머지 기나긴 인생을 어렵게 살아야 한다. 우리 학교와 구단뿐만 아니라 사회는 이들의 문제와 어려움을 방치하거나 간과해 왔다.

미국이 실시하는 운동선수를 위한 능력개발은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우리 현실과 비슷하게 미식축구는 고교를 졸업한 선수 중 대학에서 활약하는 비율이 1% 미만이다. 대학선수 중 프로구단 입단 비율도 3%가 채 안 되며 주전으로 활약하는 비율은 더 낮다.

또 프로미식축구선수의 평균 수명은 3년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는 이를 의식해 선수들의 자기계발과 은퇴 후 전직을 위한 준비를 실시하고 있다.

운동선수의 은퇴 후 삶에 대한 세심한 배려인 것이다.

NFL은 평생학습과 일반 직장 취업에 필요한 능력개발을 통해 은퇴 후 일반인으로 직업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미국 대학들도 학생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프로구단은 프로선수들이 은퇴 후 보통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전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구단에 전담직원을 두고 사회적응과 능력개발을 지원한다. 모든 선수는 일정 시간 평생교육과 적성검사에 따른 전직 교육을 이수하며, 은퇴를 신청한 선수에게는 1년간의 은퇴 전 교육과 2, 3년간 은퇴 후 취업을 위한 훈련과 자기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화려한 스포츠선수에서 일반인이 되는 과정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 은퇴 선수의 가족에 대해서도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제 우리 운동선수도 일반인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직업능력 개발 및 자기계발 기회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이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우선 학교가 운동하는 학생들이 운동과 학습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 학생과 같은 과정 이수가 어렵다면 외국 스포츠 구단처럼 운동하는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최소한의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프로구단도 선수들이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사회적 역할과 직업능력을 갖도록 양성시킬 의무가 있다.

체육정책 차원에서 운동선수의 자기계발과 취업을 위한 교육을 추진할 시기가 됐다. 이것이 이번과 같은 사건을 방지하는 동시에 또 다른 특수한 소외집단의 생성을 방지하는 방안일 것이다.

김영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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